제 목 : 어릴때 키웠던 망나니과 강아지

엄마가 친척집에서 얻어 오셨다며 델몬트 쥬스박스 옆에 구멍을 뚫어서, 데리고 오셨던 치와와 혈통이 섞인 새끼 강아지.

 

얼마나 귀엽던지....당시는 강아지문화가 발달을 안해서 전용사료도 없이 밥,간식을 먹이면서 아파트에서 키웠다. 산책 이런것도 몰랐다.

 

학교 다녀오면  꼬리를 흔들며 나오는 이 생명체가 너무도 신기하고 예뻤다.

 

다 좋은데 한가지 단점이  있었으니 진돗개 워너비였는지  주인인 엄마만 따르는 것이었다.  조그만 녀석이 엄마를 수호하는 경비대원으로 스스로를 착각하고 살았던 녀석이었다. 그게  좀 아니 많이 피곤했다.

엄마 옆에만 누워도 으르렁거리고 비키라고 했다. 내 입장에서는 졸지에 엄마없는 하늘아래도 아니고   개는 원래 이런건가?  혼란스러웠다.

 

어느날은 배달온 아저씨가 엄마께 잔돈을 주시는데 엄마를 공격한다고 착각하고 엄마품에서 아저씨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이놈이 부웅 날랐다. 결론은  다리가 부러짐. 얘는 중력의 법칙을 몰랐다.

 

치킨 다리만한 사이즈의 다리에 기브스를 하고 한동안 지냈었다. 솔직히 좀 웃겼다. 웃어서 그런가... 나중에 나도 다리를 접질러서 반기브스를 했다. 남의 아픔에 웃으면 안됀다.

 

치와와를 안키워봐서 모르겠는데  성격이  많이 아주 많이 호전적이었다.  손님이 오면 미친듯이 짖고 맘에 안드는  적들(엄마의 친구들)의 뒷꿈치를 물어서 스타킹을 빵구내기도 했다. 강형욱 샘도 그당시에는 없었고...그냥 망나니 개썅마이웨이로 원없이 살았다.

다행히 건너 아파트 상가에 동물병원은  그나마 있었다. 검은 뿔테안경을 낀  키가 큰 수의사샘이셨다. 

 

어느 겨울날  학교에서 돌아온 나를 반기며 강아지가 나타나는데 온몸에 동그란 혹이 수십개가 볼록볼록 있는 거였다. 지옥에서 온 강아지 뭐 그런 모습이었다. 뭐지?  꼬리는 흔들고  오는데 나도 모르게 뒷걸음을 쳤다.

 

도우미 아주머니왈 쥐포를 좀 줬는데 

그래서인가? 하셨다.  무섭게 변한 강아지를 품에 넣고 두터운 잠바지퍼를 최대한 올리고 병원으로 갔다. 케이지? 그딴건 그 시절엔 없었다.걸어서 20분거리였는데   지금도 생각나는건 걷다보니 강아지가 꽤 묵직해서 팔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강아지는 주사와 약으로 금방 나았다.

하지만  여전히 엄마를 독차지하려고 식구들도 잘 물고 좀 못된 강아지였다. 

그래도 그 큰 눈망울과 보드라운 털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고 귀엽디 귀여웠다.

 

어느날  엄마는 청천벽력같은 말씀을 하셨다. 내가 공부를 너무 안해서 강아지를 딴곳에 보내기로 했다고...  알고보니 수의사샘이 데려 가는 거였다. (전문가 밑에선 그 드러운 성질을 고쳤을까? 영원한 미스테리다)

 

이별의 날, 울면서 강아지를 수의사샘에게 드리고  창밖으로 밑을  내려다 보니 샘이 차에 강아지를 태우고 붕 떠나셨다.

 

난 여전히 공부를 안했다. 강아지만 없어진  슬픈 나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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