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저도 제 고양이 얘기 쪼끔만;

(쓰고 보니 쪼끔이 아니네요 ㅋ)

 

고양이랑 같이 살아요.

사람 좋아하고 호기심 많고

고양이는 하루에 스무 시간 자는 존재라고 했는데 저보다 잠이 없고

야행성은커녕 밤 되면 딱 자러 가고 저 안 자면 와서 좀 자라고 짜증내고

해 뜨면 일어나서 놀자고 깨우러 오는, 그런...

제 고양이는 2005년 초반생, 이제 열아홉 살.

 

원래 말 많고 친화력 갑인 종이라고 했는데

평생을 통해 그걸 증명하고 (어떤 때는 저보다 말이 많음) 

나이 많이 든 지금도 세상 부산스럽고 말 많고 장난 심한 삶을 살아갑니다.

 

그런데 확실히 나이 드니까 자는 시간이 늘었어요. 귀도 눈도 어두워져 갑니다.

전에는 제가 집에 들어오면, 이미 멀리서부터 저의 발소리를 듣고

현관문 여는 틈으로 아아앙! 하고 울며 머리를 내밀곤 했는데

이젠 들어와서 왔다갔다 해도 모르고 자요.

도르르 말고 잠든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너는 이제 내 발소리를 듣지 못하는구나.

 

까만 발에 흰털이 늘었어요.

새소리처럼 가늘던 목소리도

평생 담배 피운 사람처럼 잡음이 많이 섞였어요. 야옹~ 하는데 허스키합니다.

 

참을성은 줄어들고 (저기 아래에서 발톱 바짝 깎았다고 문 놈이 이 놈

제가 발톱만 19년을 깎았는데 베테랑이죠... 불빛에 안 비춰도 혈관 어딘지 알아요.

피 안 났음;; 근데 뭔가 불쾌하셨나 봐요)

요구사항은 많아지고 있어요.

감각은 둔해져서 추르도 코앞에 바짝 대 줘야 이게 맛있는 거구나 하고 먹고...

 

1킬로도 안 되는 몸으로

집안을 미친 듯이 휘젓고 다니는 아기 냥이었는데 

이젠 노년의 흔적이 역력해지는 내 고양이.

한 손으로 답싹 안아들면 

전성기의 그 터질 듯한 말근육은 어디로 가고

헐렁한 가죽이 붙어 있는 몸이, 가볍게 들려요.

신부전을 앓고 있어서 매일 약을 먹고 수액 맞아야 하는데...

처음엔 주사 잘 맞더니 이젠 싫다고 난리치며 도망가네요.

전기담요로 좀 데워서 주사 놓으니 난리가 좀 줄어서, 지금도 이불 밑에 옛날 밥그릇처럼 주사기 묻어 놓고 기다리고 있어요.

 

 

그냥, 지금도 제 발치에서 곤히 자는 녀석을 보며

뭔가 이 녀석 얘길 써 보고 싶었어요.

쓰고 보니 별 내용은 없네요. ㅎㅎ 하지만 반려동물과 같이 사는 분은 아시죠...? 

한번에 다 쓰지 못할 자잘하고 귀여운 에피소드가 매일 있다는 것을.

 

모든, 말 못 하는 동물들과

그들과 함께 사는 분들이 즐겁고 행복한 매일을 보내시길 빌어요.

사람의 삶보다 너무 짧게 머물다 가는 그들이지만

그런 만큼 더 많이 사랑해 줘야겠다고 생각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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