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주 오래전에 중학생 때 여드름이 났었어요.
여드름이 꽤 오래 지속됐는데 얼굴부위에 다 나고 심지어
눈썹이 난 자리 피부에도 여드름이 나서 지금도 그 자리에 여드름 자국이 있어요.
중학생 때 일이니까 몇 십년전 일이고 지금은 여드름 안 나니까 전 다 잊고
그 자리에 여드름이 난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불현듯 눈썹을 보다가 여드름을 짜서 남은 여드름 자국이 눈썹 난 자리에
보이는 거에요.
그 자국을 보다가 여드름 자국보다 어린 나이일 때 내가 느꼈던 그 당혹감이
확 밀려오는데 갑자기 내가 그 때 십대 초반 어린 애일 때로 돌아가서
혼자서 막막해하던 감정이 다 되살아 나는 거에요.
계속되는 여드름에도 어디에도 말할 곳도 없었고 그때는 언제 끝나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나만 그런 것같아서 속상한데 도움도 받을 수 없었던 몇 년의 시간들.
그 당시는 몇 십년 전이니 당연히 지금처럼 애가 여드름이 난다고
그걸 가지고 피부과에 가는 일도 없었고 그려려니하고 살았죠.
남들도 여드름 나는 사람이 있으니까 나도 그중 하나일 수도 있는데
눈썹이 난 자리에도 여드름이 난 건 못 봤거든요. 그래서 어린 마음에
그게 너무 속상하고 막막했어요. 이 여드름은 또 뭔가, 왜 나는 여기에까지 여드름이 나고
이건 언제 없어지나, 어떻게 없어지나
그런데 아무도 관심없고 혼자서만
어떻게 될지 모른채로 견뎌야 했던 게 너무 힘들었어요.
집에서 가족 중에 누구하고도 여드름으로 힘든 걸
얘기할만한 사람도 없었고 아무도 관심도 없었죠.
눈썹 아래 난 여드름을 보니까 갑자기 오래 전에 내가 느꼈던 그 막막했던 그 감정이 고대로 살아나오는 거에요.
아마 거기엔 그 막막함에 비해서 아무한테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내 상황에 대한
감정이 막연한 안타까움 같은 것도 포함되어 있죠.
그 시절 이후로 그때 내가 그런 감정을 가졌었는지도 다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썹을 보다가 최근에 그 막막하게 혼자였던 감정이 올라와서 괴로운데
이런 감정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제가 이 감정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