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산책길에 뜬금없이 그러고 싶어서
우리 강아지가
생후 4개월 쯤부터 1년동안
실외견으로 묶여 살던 집 앞을 지나게
되었다
사실 그 집 아랫길을 걷다가 보니
거기서 개가 짖는 소리가 들려서
혹시 지금 내가 키우는 거 같은 강아지들이
또 있나 싶으려나 하며 이끌려 가 본 거다
내 생각엔
같은 주인이 같은 방식으로 키우니까
우리 집 애같이
뭔가 시크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강아지가
또 있으려나 싶었다
막상 그 집 앞에 대문 근처로 가니
개 짖는 소리가 맹렬해지더니
우리 집 애만한 검은 색 작은 개가 황급히 나와 짖는 게
곧이라도 나에게 달려올 기세다
거기에다 현관 근처에 있는 갈색 강아지도
목줄 아프게 튀어나올 듯 맹렬히 짖는데
예상못한 전개에 나는 당황하여
급히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이야 ....
우리 강아지가 아니라
이 애들을 먼저 봤다면
나는 지금 아마 강아지를 키우고 있지 않았을 거 같다
3년 전 우리 강아지를 처음 본날부터
이 녀석은 주인도 아닌 나에게
프로펠러 꼬리를 흔들며 방글방글 웃어댔다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고
매일 그 집 울타리에서
간식을 먹였고 지날 때 매일 나를 반겼다
이 애는 동네 사람들이 지나가도
좀체 짖지도 않고
혼자서 작은 개집 여기저기 파고 다니며
잘도 놀았다
사는 곳이 열악하고
먹는 것도 내보기엔 아닌데도
이 녀석 ... 신기하게 고양이처럼
냄새가 하나도 안 나서 매일 볼 때마다 안아주었다
시크한 성격에 영리함까지...
놀아주고 집으로 갈 때 뒤돌아보면
한참을 내 뒷모습을 바라보니
마음이 아프기 시작했고...
시골의 추운 겨울 날 온몸이 새파랗게 얼고
발이 퉁퉁 부어 있으니
가엾어 눈물이 났다
전주인에게 우리 강아지를 8만원 주고 사서
개줄을 잡았는데
우리 강아지가 전주인이 서운하게
뒤를 한번도 돌아보지 않고 나를 따라왔다
실외 1년 살다가 실내에 온 첫날부터
원래 실내 살던 애처럼 실내 생활을 좋아했다
자기 물건을 구분하고 함부러 만지지도 않고
실외배변만 하시고 (힘듦..;;;)
여전히 시크한 표정으로 잘 지낸다
나는 ... 비슷한 양육방식에
비슷한 강아지가 성장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그게 아닌가 보다
그냥 ... 개바개
타고난 성품이란 게
강아지에게도 있긴한가 보다
우리 강아지랑 나의 인연은
그러니까 전적으로
우리 강아지가 이끈 거였다
우리 강아지가 나를 선택한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