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결혼반지를 잃어버렸어요. 제가 가진 거의 유일한 명품인데요. ㅜ.ㅜ
부쉐론 커플링에 골든듀 가드링까지 해서 380만원 정도 가격이에요.
게다가 지금 제가 결혼을 늦게 해서 반지 산지도 1년 정도밖에 안 됐거든요.
반지 잃어버린 날을 짚어보면 정말 도깨비에 홀린 기분이에요.
일단 반지가 겹쳐서 끼는 2개인데다가 사이즈가 딱 맞아서 빠질리가 없거든요.
게다가 밖에서는 정말 반지를 뺀 적이 없어서 뺐을 것 같기도 않구요.
반지는 거의 매일매일 끼고 다녀서 안 끼면 허전해서 슈퍼 갈 때도 챙겨서 끼고 갈 정도였구요.
집에 와서는 습관처럼 반지함에 무의식적으로 넣는지라 다음날 반지함을 열어봤는데 반지가 없어서 정말 도둑이라도 와서 훔쳐간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그건 절대 아니거든요)
남편이 혹시 반지함에 있던 반지를 숨겨두고 장난치나 이런 망상이 들 정도였거든요.
그래도 워낙 밖에서는 반지를 안 빼니까 집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처음에는 걱정을 별로 안 했어요. 저희집도 23평밖에 안돼서 좁고 게다가 2인가구에 남편이 미니멀리스트여서 정말 휑하고 물건이 별로 없거든요.
반지 잃어버린 날은 남편이 회식하는 날이라 저도 집에 와서 와인을 마셨던 터라
혹시 집에 와서 거실 테이블 위에 반지를 올려놓고 와인을 마셨나 싶었어요.
쓰레기는 안 버렸던 터라 혹시 테이블을 휴지로 닦다가 반지가 쓸려들어갔다 해서
쓰레기통투 꺼내서 뭉쳐진 휴지까지 하나하나 다 풀어보고
로봇청소기 꺼내서 쓰레기 다 살펴보고
온갖 바닥, 쇼파 틈 기타 등등 살필 수 있는 모든 곳을 다 살펴봤는데도 안 나와서
이젠 잃어버렸다고 마음을 정리한지 일주일이 됐어요.
가끔 물건이 사라졌다고 집에 드나드는 사람을 의심하는 케이스를 본 적 있는데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이 든 게 이렇게 반드시 집에 있어야 하는데 없어지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정말 도깨비가 와서 집어간 기분이 들 만큼 이번에 어쩌다 어디서 반지를 잃어버렸는지 납득이 안 가요. 게다가 제가 정말 너무 좋아해서 결혼을 해서 그런지 아직도 꿈에서 늘 남편이 어딘가 가서 연락이 안되는 꿈을 꾸는데 결혼반지를 잃어버린 게 뭔가 불길하게 느껴지도 해서 한동안 일이 손에 안 잡힐 정도였어요.
지금은 제가 결혼반지를 잃어버린게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작년 말부터 이런저런 스트레스 받는 일들이 계속 생겨서 마음이 답답하고 우울한 상태였거든요.
반지를 잃어버리고 나니 사실은 내가 갖고 있는 소중한 것들을 감사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지내고 나서 잃고나서야 그걸 알게 되는구나 이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늦는 나이에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면서 결혼도 하고(주변에서 제 나이에 이렇게 서로 좋아서 결혼하기 힘들다고 기적이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어요) 지금 제가 갖고 있는 것, 행복하고 감사한 일들도 많은데 제가 이미 가진 것들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제가 놓쳐버린 것, 가질 수 있지만 못 가졌던 것, 후회되는 일들을 더 많이 생각하고 가진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도 했구요.
더 이상 이렇게 살지 말라고 결혼반지 분실사건을 통해 메세지를 주는 게 아닌가... (실은 이렇게라도 생각해야 마음에 위로가 돼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기도 해요 ㅎㅎ) 오히려 반지를 잃어버려서 내가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구나 정신승리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집을 워낙 많이 뒤져본터라 더 이상 반지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은데 혹시 저같은 일 겪으신 분 계실까요? 태어나서 가장 비싸고 의미있는 물건을 잃어버린 지라 한동안은 후유증이 있을 것 같아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