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이주혁쌤 - 이재명 서울대병원 전원논란 이제그만

방금 이주혁 의사쌤이 페북에 올린 글입니다.

 

1.내 남편이나 내 어머니가 목에 칼을 맞았다고 상정해 보자. 병원에서는 응급 수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응급실로 불려와서 선 당신은 어떤 심정일까? 눈앞이 캄캄할 것이다. 이런 상황의 보호자들을 나도 수련의때 여러번 본 적이 있다. 이 상황에서 합리적으로 논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보호자는 거의 없다. 아니 아예 없다. 보통은 부들부들 떨면서 눈에 촛점을 잃는다. 수술하다가 잘못될 수도 있나요? 라고 당신은 의사에게 물을 것이다. 이런 질문을 보호자가 하는 이유는 "안심하시라, 그럴 일 없다"라는 대답을 듣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는 절대로 그렇게 대답해 줄 수 없다. 의료법상 의사는 모든 합병증과 수술시 발생할 수 있는 여타의 사고들에 대해 상세히 보호자에게 설명해 줄 의무가 있다. ('설명의 의무'라고 한다.) 
당신 남편, 수술하다 사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요. 이렇게 얘기해야 정상이다. 아니 법적으로 그래야만 한다. 
자. 그걸 다 들은 당신은,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상황에서 "아 그래도 우리 나라의 지역의료 발전과 응급의료체계,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정책 등을 고려해서 이곳 00병원에서 수술받겠소" 라고 당신은 결론을 내릴 것인가? 
정치인의 부인이나 남편이라고 해서 저런 응급 상황에서 네. 대한민국 지역의료와 권역의료 체계를 생각해서 우리 남편은 이곳 00대병원 외상센터에서 수술받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대답해야 옳았다고 몰아가는 게 지금 언론이다. 
내가 한번 물어보고 싶다. 기자들 자기 아버지나 부인이 목에 칼을 맞았다면 그때도 그렇게 기자들 스스로 냉정할 수 있었을까? 
그럴 리가 없다. 인간은 약하다. 특히 감정적으로 약하다. 목숨이 달린 상황에서 인간은 나약해질 수 밖에 없고 냉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것이다. 기레기들도 마찬가지고 심지어 의사인 나도 그렇다. 
정치인의 와이프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 상황에선 오로지, 내 남편이 안전하게 살아나기만을 바랄 뿐 다른 어떤 생각도 하지 못한다. 
 

2. 결국 환자가 어디서 수술받느냐는 가족이 결정한다. 가족이 법적 보호자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의료법상 결정 권한이 없다. 자꾸 보수 신문들이 민주당에서 서울대 전원을 요구했다고 보도를 내는데 이 사안을 자꾸 정치적으로 물들이고 싶어하는 술책일 뿐이다. 전원을 결정한 건 대표가 아니라 대표의 가족들이었다. 중증 환자에게는 그 결정을 맡기지 못한다. 근데 무슨 평소 지방 살리기 정책하고 다른 결정을 했다고 나무란단 말인가. 가족들은 그 결정 당시 정책같은 걸 염두에 두었을 리가 없고 단지 우리 아버지 내 남편이 살기만을 바랬을 것이다. 서울대 아니라 어디라도 가려 했을 것이다. 그거에 정치적 비판을 하느라 날을 새고 있는데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지금 아예 이 백주에 일어난 야당대표 테러 사건의 본질은 공중분해됐다. 우리나라 언론의 힘이다. 테러범 김씨보다 헬기와 부산대가 더 많이 나오고 있다.

 

3. 서울대의 브리핑에서는 부산대에서 요청해 와서 전원이 이뤄졌다고 했고 부산대 관계자는 우리가 충분히 수술할 수 있었고 우리가 실력이 없어서 서울대로 보내려 한 게 아니었다고 했다. 이건 둘 다 틀리는 얘기가 아닐 것이다. 부산대는 가족이 서울대로 가고 싶다고 얘기하니 이 경우 의료진이 전원 요청을 거부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응급센터는 그런 걸 갖고 왈가왈부하는 곳이 아니다. "아니 우리가 권역외상센터인데 우릴 못 믿겠다는겨?" 이렇게 싸우는 곳이 아니다. 내가 아산 병원에서도 다른 병원 가겠다고 하는 환자를 본 적 있다. 
부산대 의사는 서울대병원에다 "환자가 응급 수술 요하고 내가 볼 때 이송 시간동안 큰일 터지진 않을 것같다. 그쪽에서 수술 가능하냐" 이렇게 물은 것이고 서울대에서는 OK를 한 것이다. 그게 전원의 전말이다. 
서울대 입장에서는 전화로 부산대의 전원요청을 받은 것이고, 부산대에서는 가족의 요청에 의해 전원을 의뢰한 것이다. 그러니 어느쪽도 거짓말을 한 게 없는 것이다. 아무도 부산대를 무시한 적이 없고, 아무도 서울대를 과대평가한 것도 아니다. 단지,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를 보며 벌벌 떨며 눈앞이 캄캄해하는 가족들이 있었을 뿐이다.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은, 당시 대표는 부산대병원에서 수술하는 게 더 좋았을 것같았다. 쓸데없이 이송에 시간을 쓸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게 의료 현장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남의 일이기 때문에 이렇게 냉정할 수 있고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을 뿐이다. 
만약 내가 가족이었다면 나 역시 절대로 합리적인 결정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내 어머니가 아팠다면 의사인 나조차도 현장에서 냉정해지기 힘들 다는 것이다. 그게 인간이다. 단지 이 경우는 환자가 유명 정치인이고, 정치적인 호불호에 따라 저마다 막 이곳 저곳에서 악을 쓰고 떠들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4. 세계일보 등 보수 일간지에 누군지 알지도 못하겠는 의사 이름이 나오면서 "권역외상센터조차 없는 서울대를 가는 건 말이 안 된다"라는 언급을 소개했다. 양 뭐라는 가정의학과 의사가 sns에 쓴 글을 보수일간지가 옳타꾸나 하고 막 퍼나른 것이다. 이래서 우리나라 기레기들은 ㅆㄹㄱ들이라는 것이다. 보도의 방향에 객관성도 없고 사실확인 팩트체크도 없다. 그냥 자기네들 마음에 들면 막 복붙하기 바쁘다. 
양 뭐라는 의사의 말은 팩트가 아니다. 서울대에 권역 외상센터가 없긴 왜 없나. 발끈한 서울대병원 외상센터 담당의사가 팩트체크를 인터뷰때 직접 하게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기레기들은 챙피한 줄을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신문이란 게 왜 있는지 모르겠다. 없는 것만 못한 것같다. 
참고로 양ㅅㄱ이라는 의사는 부산대학교 출신이라고 한다. 

 

5. 소방헬기 특혜에 대해선 이미 한국일보에서 팩트체크를 했는데 이 내용은 재생산이 되지 않고 있다. 한참 찾아야만 보인다. 
소방청의 범부처 응급의료헬기 공동운영에 관한 매뉴얼에 따르면 이대표 헬기 이송은 절차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매뉴얼 중 응급 의료헬기 운항 출동기준에는 '의료기관이 다른 의료기관으로 긴급한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요청하는 경우'가 적시돼 있는데, 이대표의 이송이 이에 해당한다. 
부산 소방본부도 이를 분명히했다. "두 병원이 이대표 전원을 합의한 상태였다. 범부처 응급의료 헬기 매뉴얼과 법적 검토를 거쳐 이대표가 헬기출동 기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왜 헬기였는가? 부산대병원 관계자가 이미 얘기한 바 있다. "의료진들이 이송수단으로 헬기가 적합하다고 판단해 요청했다"고 말한 것이다. 
자꾸 ㅆㄹㄱ 같은 기자들이 ㄱ나 ㅅ나 전화해서 헬기 불러주세요 하면 오는 거냐 왜 사람 차별하느냐고 이상한 기사를 막 쓰고 있는데 제발 그만 했으면 좋겠다. 의료진들이 긴급히 요청해야만 헬기가 오는 것이다. 이대표 이송의 경우는 규정을 위반한 게 없다. 

중증인데 왜 현장인 부산에서 안 하고 굳이 서울로 왔느냐. 중증이 아닌 것 아니냐. 그럼 헬기는 왜 탔느냐 이 질문도 마찬가지다. 항상 현장에서는 우리가 이렇게 말로 표현하는 것처럼 딱딱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 발생한다. 언제나 케바케인 것이다. 서울대, 부산대 모두 응급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었고, 부산대에서 환자를 살펴 볼 때 (물론 부산대에서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송 시간동안에는 환자가 잘 버텨줄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보낸 것이다. 부산대에서 볼 때, 이 환자가 이송 시간을 전혀 버티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면 전원을 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이대표가 가다가 사망한다면 자기가 의료법상 책임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그만들 했으면 좋겠다. 헬기라는 그 단어 하나를 계속 반복하면서 "나는 못 타는 헬기 저놈은 타네?"라는 식으로 감정을 유발하는 그런 말잔치를 언제까지 할 껀가? 

 

6. 이 사건에서 기사를 쓰려면 좀 심층적으로 파고 들어가서, 근본적으로 왜 이렇게 혐오와 증오의 정치테러가 백주 대낮에 일어났느냐를 분석해야 하지 않는가? 이러한 혐오의 시대를 끝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치에 있어 우리 앞에 놓은 산적한 과제들이 얼마나 많은데, 헬기 헬기 헬기 헬기 헬기 특혜 특혜 특혜 특혜 언제까지 그 소리만 떠들고 있을 껀가? 우리 정치가 왜 이렇게 됐느냐보다도, 나는 우리 언론이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지가 더 궁금하고 참담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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