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펌글) 이선균 배우 유작 영화 개봉에 대한

 

페친 강미숙 님의 글
&
이선균의 유작영화를 개봉하여 관객들과 작별인사를
할 수 있게 해주세요
배우 이선균씨가 생애 마지막으로 연기한 영화 두 편의 운명은 어찌될까. 제작비 180억이 투입된 영화 '탈출: PROJECT SILENCE'(감독 김태곤)은 올해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지난 5월 칸에 다녀왔다고 한다. 애초 올해 연말 혹은 내년 초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일로 무기한 연기되었고 주연배우가 사망했으니 더 난망한 일이 되었다. 또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 도 촬영을 모두 마치고 후반 작업하며 개봉 일정을 조율하던 중이었지만 무산됐다고 한다. 이선균 당사자에게나 제작진과 출연 배우들에게나 엄청난 타격이었을 것이다.
 
 
두 편의 유작영화를 개봉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이미지를 먹고 사는 배우로서 몇번이고 음성으로 나왔음에도 영혼까지 탈탈 털린 것도 억울한데 관계없는 사생활까지 맥락을 무시한채 유포되고 막대한 위약금까지 청구받았으니 벼랑끝에 몰린 그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지도 모른다. 자신으로 인해 주변인들이 고통받는 것을 견디기 힘든 성정을 가진 사람이면 더더욱.
 
 
주연배우가 사망한 영화를 안보고 싶어할 수도 있지만 이번은 경우가 다르다. 이선균씨는 중량급 남자배우들 중 권위와 마초가 느껴지지 않는 몇 안 되는 배우였다. 한국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검사나 조폭 역에 이선균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지 않은가. 해맑은, 그러나 조금은 삐딱한 개인주의적 성향(이것이야말로 X세대의 전형이다)의 얼굴은 한국영화의 자산이기도 하다. 나의 아저씨를 이선균 말고 누가 더 잘해낼 수 있겠는가.
 
 
우리는 관제애도의 강요로 이태원 희생자들을 제대로 애도하지 못했다. 이태원 참사의 연장에 있는, 정치에 소모품으로 이용당한 이선균씨를 그냥 보내는 것은 그를 좋아했든 아니든 한 시절 그의 연기를 보며 울고 웃었던 관객과 팬들에겐 상처로 남을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애도하고 제대로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젠 유작이 된, 그러나 그의 억울한 수사와 죽음으로 묻힐 위기에 있는 두 작품을 개봉하고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영화관을 찾게 하면 어떨까. 관객들은 그가 남긴 마지막 연기를 보며 그를 애도함으로써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면 어떨까.
 
그렇게 하면 유족이 짊어져야 할 위약금 부담도 덜고 떠나는 그도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을까. 또 그를 보내는 영화인 동료들에게도 꼭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 싶다. 연예인 죽음에 며칠이 지나도록 그 얼굴이 아른거리기도 처음이다. 적지 않은 연예인들의 죽음이 있었지만 강요당한 사회적 죽음은 처음이라 그런 것 같다.
 
 
이선균씨야 자신이 좋아서 한 일이지만 관객들은 덕분에 그의 연기를 통해 숨쉴 시간을 얻고 위로받아 왔다. 한 청년을 따뜻하게 바라봐 준 나의 아저씨를 좀 따뜻하게 보내주고 싶다. 지금 우리에겐 그 어느 때보다 사람이 가진 온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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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에 동의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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