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누가 배우 이선균을 죽음으로 몰았나

우종학교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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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배우 이선균을 죽음으로 몰았나?

 

 

  1.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니 본인이지 뭐,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겠습니다. 잘 나가는 배우가 어느날 인생이 허망하다 느껴져서 더이상 살지 않겠다고 각오하고 실행에 옮겼다면 그렇겠습니다. 하지만 이선균의 죽음은 도저히 그렇게 생각되지가 않습니다.

 

2. 자극적인 보도가 끝없이 이어지는 동안, 한편의 기사도 클릭해서 보지 않았습니다. 말초적 신경을 건드리는 덜떨어진 기사들의 제목이 혐오스러웠고 호기심과 더불어 스물스물 올라오는 관음증적 욕망을 제어하자 싶기도 했고 불법적 피의사실 유포와 그걸 받아 먹고사는 언론의 공생관계를 지속/확대/재생산하는데 일조하면 안되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3. 사망소식이 알려진 후 뉴스를 통해 이전에 포토라인에 선 이선균의 몇마디 사과 발언을 들었습니다. 가족이 누리는 고통에 대한 책임감과 당혹스러움이 느껴졌습니다. 도대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건 누구일까요?

 

4. 마약 사용을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직 입증도 되지 않은 수사중인 사건의 피의자라고 해서 돌을 맞아 죽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마약 범죄가 규명되지도 않았지만, 만일 범죄가 사실이라면 그 범죄만큼 책임을 져야합니다. 비례의 원칙이 지켜져야 합니다. 

 

5. 도대체 왜 사생활이 낱낱이 까발려지고 가족들이 고통을 당하고 사회적으로 매장되어야 할까요? 공인이라서 그런걸까요? 그건 비난의 대상을 찍어놓고 돌을 던지고 싶은 대중적 욕망에 대한 변명일 뿐입니다. 

 

6. 누군가는 죽음으로 책임을 회피했다고 비난합니다. 정말 그런가요?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는 것 보다 더 크게 비용을 지불할 수 있나요? 사형이 최고형인 이유가 가장 큰 댓가를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이 아닌가요? 

 

예전에 박원순 시장의 경우, '피해자'가 있었으니 그의 자살이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그 비판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법체계는 회복적 정의를 추구하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범죄의 크기만큼 국가가 벌을 내리는 사법구조입니다. 그 체계 안에서 결국 죽음은 사형과 같은 효과입니다. 피해자 다움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의 크기가 얼마인가라는 측면에서 비례의 원칙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그 사건의 경우, 여러가지 논란이 있었고 여전히 사실관계 여부에서 혼란이 있습니다. 

 

7. 배우 이선균의 경우, 도대체 누가 피해자입니까? 유명한 배우가 마약을 했다면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 잠재적 피해가자 있다는 걸까요? 그래서 재판을 받고 형을 받아 그 잠재적 피해자들에게 피해를 갚아야 하는데 자살을 했기 때문에 비겁하다는 걸까요? 도저히 동의가 안됩니다. 

 

8.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이선균의 마약 복용 여부가 입증이 안되었다는 걸 기억해야합니다. 여러번 반복해서 시도한 검사에게 증거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마녀사냥을 당했다 싶습니다. 정말로 그가 마약을 사용했다고 입증된다면 비례원칙에 따라 그만큼의 책임을 져야했을 뿐입니다. 

 

9.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한 사람의 목숨이, 훌륭한 배우의 인생이 그렇게 허망하게 끝났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의도적으로 이선균에 덫을 놓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미 3억원 이상을 갈취당했다는 뉴스도 나오는군요.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구체적 정황이 있다면 반드시 제대로 수사해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10. 수사기관도 책임이 큽니다. 피의사실을 유포하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누가 믿겠습니까? 기자들이 도청이나 해킹이라도 했다는 뜻일까요? 언론과 기자들도 책임이 큽니다. 입증되지 않은 사실, 카더라 통신이 아직도 이 나라를 휘청거리게 한다는 사실이 참 답답합니다. 

 

11. 팍팍한 시대를 사는 요즘 사람들은 익명의 세계에서 비난의 대상을 찾아 억눌린 분노를 표출합니다. 자기가 당한 온갖 불공정과 상처를 무지막지하게 쏟아놓습니다. 저렇게까지 비난할 일인가, 저렇게까지 맞받아쳐야 하나, 저렇게까지 화낼 일인가.. 그런 생각들이 드는 일이 잦습니다. 이런 사건은 분노의 대상을 찾는 대중에게 딱 맞는 떡밥이었는지도 모릅니다. 

 

12. 우리 모두가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누구의 책임이 더 클까요? 주변 인물? 수사기관? 언론? 관음적 대중? 분노의 대상을 찾아 헤매는 대중? 

 

13. 그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것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이상으로 댓가를 치뤄야했던 배우 이선균의 마지막 길에 애도를 표합니다. 나의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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