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내게 남은 그의 소년미.

'시베리아 선발대'라는  여행 예능이 있었어요.

저는 어쩌다 그걸 알게 돼서 인터넷에 떠도는 영상을 열심히 찾아서 봤었죠. 흥미가 있던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배우들 몇이서 타고 거지꼴이 되어 가며 여행하는 게 신선하고 재미있었어요.

눈에 띄었던 건, 거기 나온 배우들이 이선균과 김남길 말고는 무명에 가까운 조연배우들이었다는 거.

보아하니 이선균의 인맥 또는 추천으로 모인 것 같더라고요.

 

배우 한 명 한 명에게는 크게 관심이 없고 그 열차 때문에 보기 시작했는데...

보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어요.

우선 보였던 건

세상 시크한 줄 알았던 김남길의 댕댕미. 애교 많고 말 많고 다소 예민한 편이지만 긍정적이고

약간 귀차니스트고

그러다가 신나면 리트리버처럼 뛰어다니고.

엥? 저런 사람이었어??

 

그리고 이선균의 소년미.

동굴 목소리고 뭐고 발음이 잘 안 들려서 별로 안 좋아했고 

'파스타'는 보지도 않았고

좀 스타 의식 있는 사람 아닌가 했는데...

웬걸, 아무 데서나 잘 자고 아무거나 잘 먹고

난 이거 싫어, 못 해, 못 먹겠어 이런 말은 아예 하지도 않고.

여배우들이라면 절대 안 그럴 텐데 머리가 까치집을 지은 꼴이 카메라에 찍혀도 개의치 않고

특히, 동생들 잘 챙기고. 큰형처럼 늘 먹을 거 챙겨 주고(비록 MSG 잔뜩 친 불량식품 같은 거여도

먹을 거 진짜 없는 환경에서 어떻게든 뭐라도 먹게 만들어 줌)

하는 행동을 보니, 소박한 보통 사람으로 오래 살았고 그걸 잊지 않은 사람

집에서 자기 먹을 거 정도는 챙겨 먹을 줄 아는 사람으로 보였어요. 행동하는 걸 보면 드러나는

몸에 밴 가락이 있잖아요.

 

그게 기생충 개봉 이후라

외국인 관광객들이 간혹 알아보기도 하고

그걸 또 본인도 신기해 하고.

 

한 번은, 그가 누군지 모르는 외국인 탑승객 하나가

다들 몇 살로 보이느냐는 질문에 답하다가

이선균 나이를 20대라고 찍었어요.

그가 그때, 정말로 파안대소를 하며

스파시바~! 하고 러시아어 인사를 해요.

온 얼굴에 특유의 주름이 잡히게 활짝

그야말로 활짝 웃으며 말이죠.

 

그 모습이 인상깊게 남았어요.

그리고 생각났죠. 아 저 사람

커피 프린스에서도 저런 소년 같은 모습이 있었지. 그때 그가 부른 노래를 한동안 많이 들은 적이 있었지.

제목이 뭐였더라... 바다가 어쩌고 하는 거였는데

 

 

...그가 뭘 잘 했다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그냥 보통 사람이었다면

잘못한 것만큼 가족과 친구들에게 용서 구하며 살아남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가 그렇게 가 버린 게 너무 허망해요.

그가 그간 보여준 모습을 생각해 보게 돼요.

무명 후배 배우 이상엽을 몇 달씩 집에 데려다 먹이고 재우기도 했다는 그의 얘기가 생각이 나는데요.

 

모르갰어요. 평상시 제 기준이라면

그렇게 술집 가서 노는 친구는 별로 친하게 지내지 못할 텐데...

그런데 그는. 그동안 보여 준 모습이 

그런 줄 몰랐는데 배신감 느낀다 쪽이 아니라

으이고 왜 그랬어~ 빨리 돌아와!

하게 만드는 쪽이었던 것 같아요. 기본 성정이 잘못되었던 건 아니라고 믿어주고 싶어지는

그러니까 빨리 사과하고 다신 안 그런다고 하라고 등 떠밀고 싶은.

 

 

같이 여행한 김남길, 고규필, 이상엽, 김민식...

같이 드라마 찍은 아이유, 박호산, 송새벽, 또 다른 배우들

그들의 마음은 지금 어떨지.

 

 

두서없이 생각해 봅니다.

 

최근의 여행 프로에서 야구모자 뒤로 쓰고

열심히 뛰어다니며 농구하던 모습과 함께.

 

 

보고 싶을 거예요.

약한 것도 결국 어떤 방식으로는 나쁜 거라고

저는 단호하게 생각해 왔었지만...

...

다시 생각해 볼게요. 이선균씨.

제가 틀렸을지도 모르겠어요.

 

내일 눈을 뜨면 그 모든 게 오보였다고

그런 뉴스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처음 의혹 터졌을 때

그가 그 의심 배우는 아닐 거라고 글 썼어요.

제가 본 그는 일찍 일어나고 밥 잘 먹고 건강하고 운동도 하는 사람이라고.

마약 상습범은 그렇게 뛰어다니며 운동할 수 없어요.

비록 그게 TV가 보여 주는 모습만 본 거고

결국 틀렸다 해도, 완전히 틀렸던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그때는 욕하고 죽으니 혼자 감상적인 체 한다고

82를 하나의 사람으로 보는 듯헌 댓글은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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