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저를 사랑합니다.
저도 그렇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바람까지는 못 가서 저에게 걸리는 바람에
미수에 그친 게 3번이에요.
처음엔 바람미수라기엔 좀 못 미치지만요.
첫번째는
어떤 여자가 좋아 보여서 마음이 너무 끌려 그 모임에 안 간다고
본인이 저에게 자백하고 발길 끊은 거였고
두번째는 어떤 여자랑 모임에서 만나
따로 밥도 먹고 네이버 쪽지를 수백통 주고 받은 거였어요.
저한테는 비밀로 한 채 애 데리고 나가서 만나기도 하고
그러다 주고 받은 쪽지를 봐서 남편 족치고
그 여자한테
남의 남편이랑 바람피는 거냐고 쪽지 보내고
문자도 보냈었어요.
남편은 그냥 친구같은 거라고 했지만
저 몰래 만나면서 친구 운운하는 게 이해가 안 되었죠.
남편은 바람 아니라고 지금껏 우기고 있어요.
그 여자랑 생각을 공유하고 마음만 나누는
그런 관계가 안 되는 거냐고 묻더군요.
마치 제가 엄마인 것처럼 "엄마, 나한테 여친 생겼어요." 하고 자랑하며
이해해 주길 바라는 듯한 인상을 받았어요.
하지만 썸 타다 미수에 그친 거지
저에게 안 걸렸으면 어디까지 갔을지는 알 수가 없죠.
그 여자는 왜 남편을 만났는지 모르지만
그 일로 화들짝 놀라긴 한 것 같아요.
그 다음은
회사에 새로 입사한 경력직 여자랑 있었던 일인데
회사 일 문제로 상담을 하면서
같이 저녁 먹고 만나고 그랬어요.
그 여자는 남편에게 그런 감정은 아니었겠지만
남편은 어찌나 설레하는지 그런 게 다 표가 났어요.
제가 그런 얘길 하니 자기가 그 여자를 좋아하는 것 같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당신은 그 여자랑 연애하고 싶어서 안달 난 것 같다고 했어요.
그 여자랑 있었던 얘기하면서 좋아 죽고 설레서 화색이 돌고 그래서 모를 수가 없다고.
그래도 남편은 여전히 아니래요.
그 여자 다시 따로 만나면 둘 다 죽여버린다고 했어요.
그리고 만나고 싶으면 이혼하고 만나라고 하니
무슨 소리냐며, 바람 아닌데 바람으로 몬다고 했지요.
그 과정에 험한 분위기는 아니고
큰 소리도 안 냈어요.
그냥 덤덤하게 말로만 죽여버린다고 했지
화를 낸 것도 아니에요.
하여튼 결혼하고 오랜 시간 지나다 보니
세 번의 외도 위기가 있었어요.
남편은 솔직한 사람이에요.
도덕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저에게 그런 관계가 안 되는 거냐고 물었어요.
저야 당연히 안 된다, 이혼하고 만나라
초지일관했고요.
그런 남편에게 그럼 나도 당신처럼 남자 만나고 다녀도 되냐고 하니 그건 또 안 된대요.
정말 어이가 없죠.
오래 전 일이지만
오늘 갑자기 이야기가 나와서
열받는다고(물론 큰소리로 화내는 건 아니고 조곤조곤) 하니
바람 아니라고 또 우겨대길래
아, 그럼 나도 그런 놈 몇 만나고 다녀야겠다고 했네요.
질겁합니다.
가장 웃기는 건
제가 도수치료 받는 것을 보고 여기저기 만져댄다며
어찌나 분개하는지 어이가 없었네요.
사이 좋은 편이고
여전히 남편은 저를 좋아합니다.
눈치 없는 남편은 자신의 변화를 눈치채는 제가 이상하기도 할 거예요.
자기도 모르고 있는 걸 제가 알고 있는 게 이상하고 이해도 안 되고요.
제 남편은 자기 신변의 일을 거의 다 저에게 얘기해요.
두번째 썸탈 때만 저에게 숨겼던 거고
세번째는 회사일이라 그런지 신나서 얘기하더라고요.
그런 남편에게 화도 났지만 그냥 미워할 수만은 없었어요.
남편은 욕심 사납게
제가 아내며 엄마며, 애인이고, 누나고, 여동생이고
그 모든 역할을 다 해 달라고 합니다.
아주 뻔뻔합니다.
유아적이기도 하고요.
요즘은 정말이지
남편이 큰아들인 것처럼
별것 아닌 일에도
"그래, 내 새끼, 많이 컸다." 머리 쓰다듬고 토닥여 줍니다.
남편은 코웃음치면서도 다 받아 줍니다.
남편과 섹스도 하지만
이렇게 마음만은 점점 모자지간이 되어가는지도 모르겠네요.ㅎㅎㅎ
쓰다 보니 결국
미친놈, 미친년인가 싶네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