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애들 다 키우고 둘만 남은 50대 부부의 클스마스 이브

더 정확히 말하면 50대인데 60대가 가까운 부부예요 

이제는 생일도 명절도 큰 의미없고 매일이 소중한 부부라서 클스마스라고 뭐 거창한거 없이 그냥 평소 주말에 하던거 변함없이 했네요 

아침에 춥긴 했지만 엊그제 워낙 추웠어서 오늘은 상대적으로 따뜻하네, 다닐만허네..하면서 8시 반에 옷차려입고 나가 동네 한바퀴 돌고 하얗게 쌓인 눈 밟으며 녹아서 질척이는 길 조심조심 걸으며 일부러 멀리 떨어진 카페가서 커피 마시며 각자 가져온 책 읽고 점심시간 되어서 나와서는 단골 맛집에 가서 음식 포장해 와서 먹고 연말동안 샌드위치 만들 빵이랑 스콘 사서 귀가 

사온 점심 넘 맛나서 박박 긁어서 먹고는 남편이 신정까지 휴가라 이때를 위해 참고 쟁여둔 소년시대를 뙇.. 틀어서 따끈한 밀크티 맛있게 만들어 마시며 보기 시작했는데 워따~ 재밌어 뒤지겠구먼~...하면서 안되는 충청도 사투리 써가며 서로 웃기다고 팔다리 찰싹찰싹 쳐가며 신나게 봤네요 ㅎㅎ

남은 휴가를 위해 나눠서 보기로 하고 아쉽지만 티비 끄고 저녁먹을 준비 시작 

 

 

어릴 때 같으면 클스마슨데 어디 멋진데 가서 분위기 잡아야하는거 아닌가? 신경전도 벌이고 선물 뭐하나 뭐받나 뇌도 피곤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저 편하고 즐거우면 되지..하면서 선물도 서로 사준다기 보다는 그냥 이때다 각자 사고싶은거 알아서 주문 (그래서 산게 저는 책한권, 남편은 프라모델 한개 ㅎㅎ)

남편은 동네 정육점에서 사온 한우 등심 두덩이 꺼내서 식탁 위 그릴에 치익~ 얹어놓고 그 사이 저는 상추랑 깻잎이랑 씻어서 접시에 담고, 예쁜 종지에 소금과 후추 갈아서 섞어놓고 아는 어르신이 해마다 보내주시는 과메기와 해초와 배춧잎에 고추장도 꺼내놓고 후식으로 키위와 사과도 썰어놓고.. 뷔페가 별거냐 각자 원하는거 원하는만큼 드시오 ~ 하면서 상에 늘어놓음 

구워진 고기 접시에 담고 먹기전 단골떡집에서 정성으로 만들어준 딸기 떡케잌 놓고 주방 서랍에 남아도는 초가 어디있더라~ 찾아서 달랑 하나 꽃아놓고 주방 불끄고 사진찍고 후~ 불고 메리 크리스마스 외치고 식사 시작! ㅎㅎ

뭐 가지각색 모양새가 웃기지만 그래도 풍성한 성탄전야 식사였네요 

내가 아닌 남이 구워줘서 그런가 고기도 완전 꼬소하고 저는 못먹는 과메기 남편은 냠냠 배부르게 먹고.. 식성이 다른 저희집엔 그래서 남아나는게 없어요 ㅎㅎ

 

 

부른 배 꺼트린다고 같이 상치우고 설거지하고 뒷베란다에 쌓아두었던 택배상자들 정리 싹 하고는 각자 방으로!

저는 제방에서 책읽고 남편은 자기방에서 프라모델 만들고... 그러다 심심하면 한번씩 가서 까꿍~하고..

한때 사는게 힘들어 싸우기도 많이 싸웠는데 이제는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척척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지경에 이르는 날도 오네요

누구나 힘들고 말이 안된다고 생각되는 시간들을 겪지만 지나고 보니 중요한게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휘둘리고 가려진 일이 참 많았어요 

겨울은 춥지만 그래서 더 따뜻함에 감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계절이라고 생각해요 

모두들 기분좋고 따뜻한 연휴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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