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동기 몇 명이 졸업한지 20년이 넘도록 만나며 좋은 관계로 지내왔어요. 취업과 결혼으로 삶의 모습이 각각 달라졌지만 우정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아마 서로서로 조심스럽게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 가능했겠지요. 그런데 자식 대학 보낼 나이가 되니 이건 배려로도 극복이 안되는 거라는 게 느껴집니다. 고3이 수능 한 달 남았는데도 주말마다 여친 만나느라 바쁘다고 진심으로 걱정하던 친구 아이가 수시로 의대 세 곳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동안 성심껏 위로했던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삼반수 해서 인서울 끝자락 보낸 내가 하는 위로가 얼마나 우스웠을까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