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시엄니의 돌변

무섭네요.

원래 남편이랑 아이랑 겨울 휴가를 혼자 사시는 88세 시엄니와 시댁에서 보내기로 예약을 해 놨는데요. 제가 막판에 직장일이 너무 바빠져서 같이 못 떠났어요. 남편은 엄니 기다리신다고 하루도 지체할 수 없다고 애 데리고 먼저 가고 전 일 좀 마치고 합류하는 걸로 했어요. 

 

돌변 1: 남편이랑 아이 떠난 담에 바로 전화 드려서 설명했어요. 엄니 제가 이러저러해서 같이 못 떠났는데요 되도록 빨리 마무리짓고 표 구해서 갈게요. 근데 연말엔 표구하기가 쉽지 않아서요 어쩌면 못갈 수도 있는데요 일 때문이니까 이해해 주세요 (제가 외벌이 가장이라 이해해 주셔야 해요).

엄니가 예전 같았으면 그래 너도 힘들겠구나 적당히 잘 마무리하고 와라, 그러셨을텐데요.

이번엔 대뜸 그러시네요, 그럼 나더러 쟤네둘을 계속 밥 해 먹이라는 거냐. 이렇게 떠넘기는 법이 어딨냐 나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못 한다.

 

돌변2: 남편과 아이가 도착하고 어느 정도 어머니와 회포 풀 시간이 되어서 전화를 드렸어요. 어머니 괜찮으세요? 물으니 답은 안 괜찮다. 아니 왜요 오랫만에 아들이랑 손자랑 단란하게 지내는 거 아니셨나요...?? 물었더니, 왜 안 괜찮은지는 니가 더 잘 알거 아니냐. 하고 끊으셨어요. 

 

제 시어머니는 친정 엄마보다도 더 엄마같이 푸근한 분이셨어요. 대화가 잘 통하고 남의 말도 잘 들어주시고 공감능력도 탁월하셨고요. 남편 말로는 제가 3일 늦게 가는 것 때문에 어머니의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갑자기 악화시킨 것 같다고 제 탓을 하네요. 저 이대로라면 시댁 안가고 어디로 도망가고 싶은데 그럼 안 되겠죠. 진짜 무서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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