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문학적 표현과 사실적 표현의 차이를 모르는 중1 남학생

제목에 적은 아이가 바로 제 아들이에요. 

 

자유학기제인 1학기를 지내고 생애 처음으로 시험이라는 걸 보게 됐는데, 이제야 드러나게 된 아이의 실력에 제가 깜짝 놀랬어요. 

 

말귀를 못 알아듣는 애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어를 이해하는 실력이 학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더라고요. 부족한 어휘야 어휘 공부하면서 쌓아가면 되지만, 제일 큰 문제는 문학적 표현과 사실적 표현 사이에 구분을 못해요. 

 

예를 들어 등장 인물이 헤엄 치며 생기는 물보라의 움직임을 "폭포"에 비유해서 말하면, 그게 진짜 폭포가 아닌 걸 모르더라고요.  시험 준비하면서 그건 진짜 폭포가 아니라고 말해 줬어요. 정확히 "폭포"라는 표현이 처음 나오는 문단을 짚어주면서요.  소설에서 이렇게 말하거든요. 

 

"완이 헤엄치는 모습은 근사했다. 두 손으로 힘껏 물살을 헤쳐 나갈 때면 하늘 높이 물보라가 튀어 올랐고, 재빨리 몸을 틀어 방향을 바꿀때면 커다란 파문이 일면서 물결이 둥그렇게 그를 감싸 안았다. 하늘로 솟구친 물보라는 얇디얇은 폭포를 이루었는데, 그 폭포는 햇살 아래서 무지갯빛으로 반짝였다."

 

여기 나오는 문장과 표현 중에 어디가 그리 어려운지 저는 지금도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이 문단을 다 읽고도 폭포가 폭포처럼 쏟아지는 멋진 물결의 흐름을 묘사하기 위해 쓰인 단어라는 걸 이해 못하니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지 모르겠네요.  

 

문자 매체에 대한 이해도가 이렇게 떨어지면 옆에서 세심하게 봐주는 선생님이 필요한데 학원에 보내서 그걸 기대하기도 어렵고요. 과외를 시켜야할까요? 

 

국어 시험을 잘 보겠다고 나름 교과서 지문도 열심히 보고 문제도 많이 풀었는데, 기본 어휘력과 문해력이 턱없이 부족하니 중학교 국어를 84점을 받았어요. 배점이 많은 문제를 세 개 틀리니 바로 90점 밑으로 떨어지더라고요. 틀린 문제 중에 하나는 소설의 주인공이 붉은 호리병박에 편지를 보냈다라고 적힌 선지를 선택해서 틀렸어요. 소설 속에 편지 보내는 내용은 나오지도 않는데, 왜 그걸 선택했냐고 물어보니, "편지를 보낸다"라는 게 마음을 전한다의 비유적 표현인지 알았다고 해요. 

 

"시각화" 라는 단어를 몰라서 틀린 문제도 있고요. 

 

문해력이 이 정도로 떨어지면 앞으로 살면서 문자로 된 정보 자체를 처리하는 능력이 필요한 일은 할 수가 없는 건데. 심히 걱정 되요. 

 

그런데 또 아직 중1이라 점수를 잘 주셔서 그런지는 몰라도 국어 글쓰기 수행을 보면 아직까지 감점은 1도 없어요. 제가 국어 수행 도와준 적은 한 번도 없지만요. 

 

혹시 이런 아이들 가르쳐 보신 분들 계신가요? 

 

아이가 어릴 때 옆에서 책도 더 세심하게 읽어주고 공부에 신경을 써 줄 걸, 제가 너무 방치해서 그런 건가 싶어 죄책감도 들고 지금이라도 문제점을 알았으니 도와주고 싶은데,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지 몰라서 여기 하소연 해봐요ㅜㅜ 

 

마음 같아서는 제가 옆에서 다 가르치고 싶은데, 공부 가르치려다가 제가 먼저 제 풀에 지치게 되더라고요. 공부하자고 하면, 이 핑계, 저 핑계 되면서 안하는 애한테 짜증이 나서요. 잘 놀고 있다가, 엄마가 공부하자고 하면, 그 때서야 갑자기 "엄마 나 수학 숙제해야 되. 영어 숙제 해야 되." "나 10분만 쉬고" 등등 핑계 되면서 피해 다니니 저도 너무 짜증이 나서 안하게 되더라고요. 

 

이 방에 계신 국어 선생님들, 아이 교육 먼저 경험해보신 선배 맘님들. 이럴 때는 어떤 국어 학원, 혹은 어떤 과외 선생님을 붙여주는 게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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