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저는 4수생 엄마였어요.

저희 애는 4수를 했어요

그런 애가 대학에 입학한지 어언 몇 년

이제는 군대도 갔다 오고 

내년 코스모스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현역, 재수 때 본인의 뜻에 따라 원서를 안 썼고(돈 아깝다고)

3수 때 썼다 낙방,

4수에 인서울 시내에 위치한 중간 정도의 대학 경영학과 입학(집에서 30분 안쪽 통학거리)

군에 갔다 온 후 공대로 전과(전자공학)

지금 4학년 1학기를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코로나로 18개월 군복무 중 

외박 외출을 못 나와 쌓인 휴가가 누적되어

2달 넘게 일찍 제대하게 되어

타이트하게나마 바로 복학,

코스모스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1, 2학기가 꼬여 전공필수나 교양을 못 들은 게 있어서

방학 내내 계절학기를 등록하여 학점 이수하느라 정신 없이 바쁩니다.

 

문과생이 전과하여 공대에 가니 

따라가느라 많이 힘들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학점이나 학교 생활에 대해서 거의 모릅니다.

성인이니 정말 아무 것도 간섭하지 않고

그냥 힘든 점은 없는지 묻거나 고생한다고 격려만 해 줍니다.

 

4수를 하기까지 지난한 시간이 흘렀었지요.

재수까지는 공부와는 담 쌓았었고

3수 때 조금 하다가

4수 때 열심히 했다고 하지만

대학 합격에는 운도 따랐습니다.

추합으로 문 닫고 들어갔으니까요.

 

인생은 알 수 없는 게 많지요.

애들 인생은 진짜 그런 것 같습니다.

4수까지 한 만큼 열심히 살고

그 고생 속에서 철도 들었습니다.

 

지금 대학 입시 결과에 따라 

울고 웃고 희비가 갈리지만

인생은 길고

지금의 모습은 긴 인생을 통틀어 얼마 안 되는 시간이에요.

그게 4수라 해도 그렇습니다.

제 아이를 보면 말이죠.

 

떨어졌다고 너무 낙담할 필요도

붙었다고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흥분할 필요도 없는 거예요.

 

그렇다고 목석처럼

속상해하지 말라거나 기뻐하지 말라는 게 아니에요.

 

그 모든 게 과정이니

그 과정을 잘 견뎌내며(슬픔도 기쁨도)

모두 성장해 나가는 것 같거든요.

 

애들의 모습에 뒤엉켜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어요.

한 발 물러나서

아이의 성장을 바라보며

자신 역시 같이 성장해 나가는 게 부모의 할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4수의 길은 험하고 길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지나고 나면 

저에게도 아이에게도

그게 꼭 나쁜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만약 4수를 했는데도 대학에 못갔다 할지라도 그랬을 거예요.

 

합격해도 

불합격해도

어떻더라도

결과적으로는 다 좋을 거니까요.

 

인내를 배웠고

좌절도 맛봤으며

비난과 무시도 당했고

희망을 품었다가 절망도 했다가......

 

그 결과 아이도 저도 많이 단단해졌어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평생의 힘이 될

엄청난 재산을 가지게 되었지요.

그건 그 누구도 줄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지금 삶의 과정에 있어요.

아이는 더군다나 출발선에 선 거나 마찬가지고

대입이 절대 종착지는 아닙니다.

 

힘든 과정을 지나고 있다면 그 터널의 끝은 반드시 있으니

너무 낙담하지 마세요.

그리고 

지금 어느 지점에 있더라도 어느 면으로는 끝은 다 좋습니다.

그런 믿음이 있는 한 

아이들은 다 잘 큽니다.

 

내 마음만 잘 다스리면 정말 아무 문제 없답니다.

다 기운 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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