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한국일보)신혼집으로 ‘아파트 마련해 달라’는 아들… "빠듯한 살림에 어쩌죠?”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친구는 심각한 목소리로 고민을 털어놓았다. 아들이 결혼하는데 신혼집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친구는  50 대 중반을 넘어서는 풍족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여유를 갖고 살았다. 시골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지방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곧바로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취업해 지금까지 한 직장에서 열심히 샐러리맨으로 살았다. 서울에서 내 집도 마련했고, 두 아들을 대학까지 보냈다. 현금 자산도 넉넉하지는 않지만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는 형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첫째 아들이 직장생활 1년 만에 결혼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래서 신혼집을 마련해야 하는데, 아들은 “신혼집이니, 아파트였으면 좋겠다”고 했단다. 그날부터 밤마다 잠을 이룰 수 없었고, “가족들이 없을 때 주책스럽게 혼자 눈물을 흘린다”고도 했다.

만일 여러분에게 이런 상황이 닥쳤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년 세대의 자녀들을 ‘ MZ 세대’ 혹은 ‘콘크리트 세대’라고 한다. 콘크리트 건물에서 태어나 콘크리트 아파트에서 살았고, 신혼 생활도 이런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이들 세대는 대체로 ‘자기’를 중심으로 관계를 맺어왔고, 치열한 경쟁으로 독자 생존의 자아를 형성한 경향이 있다. 그래서 신혼 출발선도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는 경쟁의식이 강하다.

지금 중년 세대의 자녀관도 문제다. 우리가 자녀들을 지나치게 왕자와 공주로 키웠다. 이들은 가정의 울타리 밖에서도 비슷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직장생활에서도 심각한 신구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물론 현대사회의 불확실성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자녀 세대는 청년실업, 고용불안, 주거 취약, 소득 불평등, 순자산 취약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 반면, 부모 세대는 초고령화 시대에 노후 빈곤 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대비할 것인가에 대해 불안하다. 정부에서도 이런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부모 세대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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