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가난에 최적화된 인생

 방금 전에 밥을 먹고 설거지를 했어요. 

마지막으로 행주를 빨아서 개수대의 물기를 닦는데 기분이 좋아지네요. 

자라면서 하게 된 설거지가, 한번 해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 

저는 늘 설거지를 해요. 

 

우울하고 힘들 때에도 설거지를 하고 나면 그 부정적인 감정들이 걷히면서 깨끗해집니다. 

이러니 제목처럼 가난한 인생이어도 버티고 사는가봐요. 

평생 동안 쪼들리며 살았지만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희한하게도 제 성향은 그런 가난함에 그저 타고난 대로 딱 들어맞아요. 억지로 맞출 필요가 없이...

 

일단 고기를 싫어해서 잘 안 먹고요. 

여행도 싫어하고 술담배도 안해요...자연스러운 초절약모드 

명품도 예쁜 건 눈호강하는 걸로 끝...저한테 싸구려 천가방만 들고 다닌다고 시비거는 사람은 없으니 그럭저럭 다행이지요. 

만약 이 가난한 와중에 내가 여행 좋아하고 명품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마음이 더 힘들었겠다, 싶어요. 

 

좋아하는 사람 만나지 못해서 결혼 못 한 건 아쉬운데 

요즘 제 형편 생각하니 가족 없는 게 다행이다 싶긴 하네요...실직 중이라 집에만 있어요. 

이 와중에 식솔이 딸려서 억지로 돈까지 벌어야 했으면 참 폭폭했겠다 싶어서 홑몸인 것도 이제는 다행이다 싶네요. 

생활비로 쓸 현금만 약간 있지만 빚은 없으니...그럭저럭 버티고 삽니다.

 

사실 저도 가끔 사치할 때가 있는데 

골목 입구에서 횡단보도 하나 건너면 브랜드 커피전문점이 있어요, 거기 가서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 시켜놓고 인터넷 해요. 

반찬 거리로 쓸 채소나 계란을 좀 싼 걸로 구매하고 남는 천원 이천원 모았다가 거기 가죠. 

 

설거지 끝나고 기분좋아서 한번 고백해 봤어요. 이런 인생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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