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우울증이 있었는데...작은 목표가 생겼어요.

작년 연말에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틀어박혀서 1년을 보냈어요. 

벌어놓은 걸 까먹으면서 사는데 식비라도 아껴보자 해서 두 달 전부터 집에서 김밥을 싸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정말 이게 손으로 쌌는지, 발로 싸는지 모르게 엉망이었어요. 

그래도 꾸역꾸역 해봤는데...세상에...이제는 제법 모양을 갖춘 김밥이 나오네요. 터지지도 않고요.

밥을 얇게 펴서 김에 까는 걸 제대로 못했는데 계속 하니까 되네요. 

방금 전에도 김밥 두 줄 말아서 컵라면에 같이 먹었는데 정말 기분이 좋아졌어요. 

 

제가 햄을 싫어해서 안 먹는데 추석에 들어온 선물세트가 하필이면 햄 선물세트였어요. 

저걸 어쩌나 싶어서 그냥 놔뒀는데, 이번에 김밥을 싸면서 넣으니까 세상에...맛살보다도 맛있어요. 

시금치 없이 단무지와 계란, 당근, 햄만 넣어도 맛이 나는 게 신기합니다. 

그동안 정말 우울했는데 김밥을 싸게 되면서 기분도 좋아지고 행복하고...

내내 마음이 힘들다가 맛보는 행복이라 그런지 삶의 질이 올라간 느낌마저 들어요ㅜㅜ 

 

목표가 생겼어요. 

내년 5월에 조카(6세)가 외국에서 돌아오는데 그때까지 열심히 김밥을 연습해서 

조카한테 맛있는 참치김밥을 말아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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