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드라마 '혼례대첩'

이름부터 웃긴, 그래서 그냥 냥냥한 로맨틱 우당탕탕 코미디 정도일거라 생각하고 쉽게 시작했던 드라마가 매회마다 장르를 바꾸더니, 어제는 거의 정치무협스릴러화 되어서 호달달하면서 보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에는 '어쩌다 마주친 그대'가 나를 뒤흔들더니, 하반기에는 이눔의 '혼례대첩'에 홀랑 빠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아니 KBS가 무슨 대오각성을 했기에, 내가 KBS 드라마를 시계봐가며 본방사수하고 있단 말입니까?

 

남주 로운이 얼굴이 큰 몫을 하는 드라마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텐데, 이 드라마는 각본, 연출이 아주 기가막힙니다

매회차 부제가 4-50대들은 대충 알만한 유명 컨텐츠들의 시그니처를 따온 경우가 많아서 젊은 사람들에게는 낯선 즐거움을, 저같은 50대들에게는 익숙한 추억을 환기시키면서도 잘 녹아나는 내용으로 저를 매혹하였습니다

 

저는 많은 등장인물 가운데 정경부인 박씨, 박지영 배우에게 꽂혔습니다

개인적으로 박지영 배우야 말로 비선실세, 섭정, 수렴청정 연기의 최고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조여정 배우가 올 누드로 나왔다는 화제만을 남긴 영화 '후궁'에서 왕위서열에서 먼 아들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가차없이 냉혹한 어머니로 나왔던 박지영 배우에게 꽂혔었습니다

이 영화가 조여정의 올 누드에 가려지기엔 너무나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오로지 그 누드 하나만을 남기고 침몰한 건 감독과 홍보의 패착이란 생각을 했거든요

특히 박지영과 조여정의 연기 대결이 참 대단하다 

 

여성들의 권력 투쟁은 대개 궁중암투니 뭐니 해가면서 상당히 부정적으로만 그려지는데, 나쁜 경우만 지나치게 과장되게 그려지고 알려졌을 뿐, 현명하고 긍정적인 경우에는 그 공이 남자들의 공으로 돌려져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않나 싶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박지영 배우가 맡은 정경부인 박씨의 경우도 악인과 선인의 줄을 타는 대놓고 알려진 비선실세입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비선실세의 스테레오타입으로만 생각했다가, 조금씩 전형을 벗어나는 정경부인의 말과 태도를 보면서 과연 정치란 게 무엇인가, 주변인을 다루는 용인술, 상벌의 완급 혹은 밀당, 인간관계의 거리라는 게 뭔가를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그런 복잡한 문제를 간단하고 단순하게 몇마디로 표현해내는 작가의 솜씨, 작가의 의도를 120%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연기와 연출

감탄하면서 보고 있습니다

그녀의 행동이 맞냐 틀리냐는 당연히 논란이 있겠으나 캐릭터의 정당성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자신감

 

어제 방송의 부제는 '헤어질 결심'이었습니다

큰 스토리는 헤어질 결심이었으나, 저는 영화 대부(Godfather)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경부인 박씨는 조선의 돈 꼴레오네더군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그건 돈 꼴레오네만의 것 아니었나요?

아니, 사극에 대부를 끌어다 넣다니요... 이런 대단한 작가 같으니라구... ㅎㅎㅎ

이 작가가 이 드라마에 여러 다양한 유명 컨텐츠를 오마주하고 패러디해서 깔고 가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대부까지.... 

 

마지막까지 몇회 남지 않았지만, 도무지 어떻게 끌고 갈지 예측이 안되네요

큰 결말은 짐작이 가지만, 그 결말까지 가는 길은 도무지 상상이 안되는...

작가가 의외로 매번 정공법으로 가는데, 놀랍게도 40년 넘는 드라마 인생에 너무 사파에 물들어서 그런가, 정공법을 잘 예측을 못하겠다는 ㅎㅎㅎ

 

연말에 생각지 않은 드라마로 즐거움이 생겼습니다

최근 많이 읽은 글

(주)한마루 L&C 대표이사 김혜경.
copyright © 2002-2018 82cook.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