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눈이 꽤 많이 내리는 산골 지역에서
나고 자랐어요.
용돈이나 간식의 개념이 없던 곳이라
군것질 맘껏 해보지도 못했고요
뭐 그냥
산이고 들이고 쏘다니면서
열매 따먹거나
뭔 뿌리들 캐서 구워먹거나
이랬어요.ㅎㅎ
봄이나 가을까지는 그래도 뭔가
먹을 수 있는 열매들이 있는 편이지만
겨울에는 마땅치 않으니
고구마 구워먹거나
밤 구워먹거나
감 껍질 말린거 먹거나
방 어딘가에
장에서 튀겨온 쌀 뻥튀기 자루에서
뻥튀기 한바가지 퍼다 놓고
손으로 한주먹씩 집어서
입에 털어넣어
허전함을 달래거나
그런 식이었어요
눈이 많이 내려서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눈을 헤치고
까치밥으로 남겨둔 홍시가 달린
감나무에서 감을 따서
자연적으로 아이스 홍시가 된 감을
먹기도 했지만 많지 않았고요
딱히 먹을 것도 없는데
입이 심심하면
동네 언니, 오빠들이랑
마을 여기저기 쏘다니며 놀다가
배추는 다 수확되고 눈만 쌓인 배추밭에서
눈을 헤짚고 배추 뿌리를 뽑아먹던
생각이 갑자기 나서 써봐요
튼실한 배추뿌리 뽑아서
껍질 깎아내고
무와 배추의 맛이 적절히 섞인
배추뿌리를 잘 먹었는데
생각해보면 그 맛은 어른들이나
좀 좋아할 슴슴한 채소 맛인데
애들이 캐먹고 다녔던게
참 재밌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