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같이 운동을 하는 몇 살 어린 친구가 있어요.
5년 넘게 이 친구를 보면서, 이사람은 성품도 좋고, 얼굴도 잘 생겨서 어릴 때부터 인기 꽤나 많았겠구나
고 생각했는데, 여자 친구를 본 일이 없어서 그저 마음에 맞는 사람을 못찾았구나 했어요.
참고로 저는 미국에 살고, 이 친구도 미국인이에요.
얼마 전 운동 끝나고 저희 집에 와서 맥주 마시면서 남편과 이 얘기 저 얘기 하다가
이 친구의 상황을 알게 되었어요.
결혼을 했고, 부인이 외도를 해서 따로 산 지는 10년 가까이 되었는데,
이혼을 하지는 않았어요. 이유는 의료보험 때문. 부인이 난치병을 앓고 있는데,
이 친구 다니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보험이 좋아서 부인이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데,
이혼을 하면 그 보험이 없어지니 치료 받기 힘들 거라서요.
아이고 이 사람아.
이건 뭐 순애보도 아니고 그렇지만 미국에서 보험 없는 난치병 치료가 어떻다는 것을 알기에
이 친구가 사는 방식에 그저 안타까워서 큰 한숨이 나오고 말았어요.
사람들이 전 부인 비난하는 것이 싫어서 최측근을 빼고는 이 사연을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하면서 이 친구가 하는 말이 '우리 모두는 그저 사람일 뿐이잖아요'
그저 사람이기에 수 많은 실수를 하고 그 때문에 고통을 겪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고
그래서 큰 미움을 가지고 살고 싶지는 않다고
그 날 이후로 계속 먹먹한 마음이었는데
그제 밤에 '두 교황'이라는 영화를 봤어요. 사실 '우리는 모두 그저 사람일 뿐이에요' 는
서구권에서 거의 관용적으로 쓰이는 말인데, 이 친구가 이 표현을 쓴 상황이 제게 큰 울림이
있어서인지, 그 영화 속에서 쓰인 이 말이 마음에 깊이 들어왔어요.
저는 이 말을 담고 12월을 보내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