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에 사무치도록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태어나서 장남에게 시집가서 딸만 둘 낳고
그 와중에 호주제폐지 시절 경험하는 등 다양한 과정을 거친 지난 시절들이 생각이 나네요.
우선 첫애 딸 낳고 둘째까지 딸을 낳았던 시절이 2003년
하필 남편 근무지가 지방 소도시였구요.
동네에 애들 바글 바글 엄마들도 놀이터에 나와있고 자연스럽게 친해졌어요.
신기한건 대부분 늦둥이라도 아들이 반드시 있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그 비밀을 알고 기겁을 했죠.
제가 큰애 딸 데리고 만삭 배를 하고서 놀이터에 가면
아들인지 딸인지 물어봐요. 그때는 이런게 자연스러운 시대였어요. 낙태는 불법이었지만 아들딸은 중기이상이 되면 알려줬죠.
둘째도 딸이라고 하니...그때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아들딸 있던 분들이 나같으면 진작 수술을 했다. 심지어 난 했다. 셋째는 조심해서 아들 낳아야지( 수술하라는 뜻)
심지어 만삭상태에서도 수술해주는 곳 있다. 아는 엄마들 몇이 갔다..이 부분에서 더이상 그자리에
있기 힘들어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큰딸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죠.
그리고 둘째도 딸을 낳았고 유모차에 태워 큰애 놀이터에 놀게 하려고 또 나갔더니
그때가 2003년도 호주제 폐지로 나라가 난리가 났을때였어요. 연일 인터넷 티비에서 호주제 찬반이 열리고 여자 법무부장관까지 나와서 뭐라고 하고...난 속으로 저게 뭐라고 저 난리인가 했는데
놀이터에서 마침 그 이야기가 나왔는데 엄마들이 다 반대하는거에요. 집안의 기둥은 그래도 남자여야 한다는 둥....이러면 내 아들을 처가로 장가보낼수도 있냐는둥...
그러다가 기회가 생겨 서울로 오게 되었고 일부러 여학군 쎈곳에 와서 터를 잡아 살았어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긴 하더라구요.
그리고 나도 대출 갚으랴 애들 키우랴 정신없이 살다보니
어느순간 진심으로 딸을 선호하는 것 같다했는데
이제는 아들이건 딸이건 아예 안 낳는 시대가 되었어요.
정말 20년간 다이나믹 합니다.
그리고 아래 호주제폐지부터 결혼기피 현상이 일어났다고 하는데 그거 아니고
정확히 호주제 폐지하던 때부터 집값이 폭등했어요. 그때부터 남자들이 집을 마련하려니 결혼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고요.
때마침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슬로건 하에 태어난 외동딸들( 남자형제 하나정도는있어도)이
공평하게 교육받고 전통적인 남자강호의 세계인 법대나 의대에 대거 입학하기 시작한다는 기사들이 나왔어요. 이름하야 알파걸,...
이 분위기때문에 제가 더더욱 여아 학군 좋은곳으로 무리해서 집사서 이사갔어요.
차라리 딸둘을 알파걸로 키워버리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