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지친 50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2

길이 너무 길어서 나눠서 올려요. 부끄러워서 삭제하고 싶었는데 끝까지 읽고 댓글 주신 분들께 너무 고마워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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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다 잘 살아요. 저희 가정만 흔들리고 제 마음이 돌아선 것 빼곤......많이 괴롭네요....

 

외국에 살게 되면서 어려움이 커졌어요. 저도 이렇게까지 안풀릴 줄 몰랐네요.

능력있어서 승승장구 했던 남편이 사업을 시작했고,

대도시의 주거비용,  교육비, 생활비...돈이 많이 들어가요. 아껴쓰는 것도 한계가 있고, 최소한 삶의 질을 놓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제가.....문제죠. 문제....

결혼 이후로 사치라고는 해본 적 없지만 초라하지 않을 정도로 입히고, 가끔 밥도 사고, 커피도 사먹고 하는 그런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아주 어린 시절의 결핍이 트라우마 처럼 남아 있는지 가끔 뭔가에  꽂히면 꼭 사고 싶고 갖고 싶고 하고 싶어요. 사치품은 아니에요. 제가 몸뚱이도 모델같았던 동생( 강동원 같은 미소년)에 비하면 지금은 영락없는 뚱땡이 아줌마라 좀 체형 커버할만한 마음에 쏙 드는 백화점 옷이나 자라나 유니클로에서 뭉탱이로 가거나 질좋은 가전 제품 사는 정도죠....이것도 소비라면 과소비겠죠...ㅠ

 IMF처럼 코비드때 사업이 버틸려면 (사업의 아이템은 4차 산업과 관련이라 포기할 수 없었어요) 1억만 도와달라고 했는데 누가 사업을 하랬냐며 난리치시고 아들과 딸은 다르다고....

그때 저의 마음이 줄을 놓아버린 것 같아요.

그때 큰 애가 고 3,  착해서 집안이 어려워진거 알고 부모한테 도리어 우리 잘 버티자고. 아빠는 열심히 살아왔고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니까 잘 될거라고 자기도 열심히 할게 하며 전세계가 힘들고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 많다며 약할대로 약해진 엄마를 위로해줬어요. 

다행히 고비는 넘겼지만 자금부족으로 한번 때를 놓치니  영 올라서기가 힘드네요. 선두주자였는데 꽃도 못펴보고 후발주자로 밀려난 것 같아요. 그때 섭섭한 감정이 두고두고 가슴에 쌓여서 원망과 분노로 자리잡았어요.

이제 가지고 있는 재산은 다 털어서 회사로 들어갔고. 토끼가 숨이 넘어가길 기다리는 사자가 머리 위에서 잡아먹으려고 때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요. 대기업들이요.

어려서 영재 소리 듣던 둘째는 선진국에서 자라다보니 어려움이 뭔지 몰라요. 그래서 그런지 똑똑한데 헝그리 정신이 없네요. 그냥 요즘 애들같이 좋은 컴퓨터 갖고 싶고, 헤드폰 폼나는거 음질 좋은것 사달라고 가끔 이쁜 옷 좀 사달라고 조르는 고등학생이에요. 학교에서 모범생이고, 지쳐있는 부모에게 며칠이라도 힘이 될 만한 상도 받아오고 그래서 보상도 해주고 싶은데 과외 시키느라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남편이 맨날 중고폰이나 옛날 모델만 쓰게 해요. 정말 간절하게 원할때 다른 아이들 많이 갖고 있는 수준에서 가끔 조르는데 전 정말 해주고 싶어요. 돈 없어서 안돼라는 말이 냉정하게 안돼요. 착하고 지금까지 저에게 행복바이러스 같았던 둘째가 사춘기라고, 기대만큼 헝그리정신으로 공부하진 않아도 무뚝뚝하게 성격이 변해가도 여전히 성실하고 모범생인 둘째가 택배가 언제 도착하는지 받으면 얼마나 좋아서 씩 웃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이렇게 자식이 사랑스러워 뭐든지 해주고 싶은데 우리 엄마 아빠는 왜 그렇게 냉정하고 차가웠는지...그렇게 키웠기때문에 저희 남매를 잘 키웠다고 자부하세요. 동생은 몰라도 저는 상처투성인데 제가 이상한건가요?

몇일 전에 누가 올리신 글에 자식은 조금 부족하게 키워야 한다는 말에 저를 많이 돌아봤어요. 그런데 큰애는 동생 과외비 들어가는거는 이해 한다고 어쩔수 없다고 이해한대요. 몇년 후면 끝이 나니까요. 그런데 다른거는 지금은 우리가 형편이 안된다고 냉정해지라고 엄마가 너무 마음이 약하다고 뭐라고 하네요.

특히 남편은 저를 너무 몰아세워요. 결혼 후에 돈을 벌지 않은 거에 대한 원망까지 묻어나오네요. 

요즘 공부가 돈이 없이는 안되는것 같아요. 위로 갈수록 돈으로 경쟁하는... 그런데 이 녀석은 극한으로 노력하고 경쟁하고 그런걸 싫어해요.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냐고  아직 어려서 그런건지...

그런걸 모르시는 엄마가 지금까지 이룬 이 아이의 성취만 보고 교육비를 조금 도와주고 계세요. 동생도 엄마한테 앞으로 기대가 되니까 도와주라고 했대요. 내동생 착해요. 그런데 올케가 무슨 일로 동생하고 싸웠는지 엄마한테 전화해서 친정이나 친구한테는 못하니까 어머니한테만 하소연한다고...가끔 그래요. 동생네 정말 멋진 2층 주택에 큰 개 키우며 투자이익으로 여유있게 잘 사는데 가끔 트러블 생기면 엄마한테 하소연하고 그럴때마다 차도 바꾸고, 명품 가방도 생기고....이번에 조카 교육비 주기로 했대요. 서로 동갑인데 저희 아이 2배로...제 조카는 동생 닮아서 진중해요. 또 올케 닮아서 욕심도 많은가봐요. 우리 둘째가 의대 간다고 하니 올케가 조카한테도 너도 의대가라고 할머니가 교육비 대준다고 한것 같아요.

 

얘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쓰다보니 악플도 두렵고...

문제는 저에요. 의욕도 없고 무기력하고 초라해진 나,

눈은 높은데 삶의 질은 떨어지고, 여유있고 긍정적이었던 본성은 사라지고 시기와 질투가 올라와요. 내가 이렇게 탐욕적인 인간이었나 싶어서 괴로워 죽고 싶을 만큼....

사랑했던 부모님, 특히 엄마와의 관계에서 어릴때 몰랐지만 엄마의 폭언과 차별, 지능적인 조종에 의해 길들여진 세월에 대한 억울함과 상처가 왜 이제야 드러나는지

엄마랑 몇번 고비를 거치면서 전화를 할때마다 싸우게 되요. 75세인 엄마는 80세의 아버지가 엄마한테 굽히지 않는거, 다른 남편들은 나이들면 변한다는데 아빠는 여전히 위풍당당한게 못견디게 미운데 그 아빠를 똑같이 닮은 딸인 저한테 그 감정을 쏟아네요. 작년 방학때 대학생이 된 큰아이와 친정에 가서 지냈는데 큰아이가 그러더라구요. 어릴때 잘해주기만 해서 몰랐는데  한두달 같이 살아보니 엄마가 정말 힘들었겠다며...어느날 대화중에 저희 큰애가 할머니는 정말 외삼촌을 사랑하시네요. 엄마도 좀 사랑해 주세요. 하나밖에 없는 딸이잖아요. 그러니까 좀 찔리셨는지 저의 약점을 끄집어내며 너네 엄마 그렇지 않냐고 하니 큰애가 아니라고 엄마는 엄마 위해서 암것도 안하고 자기나 동생 위해서만 가족을 위해서만 희생하고 고생한다고 하니 엄마가 비웃으시고 그 뒤로 몇번이나 애를 찔러보는데 애가 질문의 의도는 눈치 못채고 순진하게 있는 그대로 대답했을때 더이상 따지지 못하고 띠꺼워하는 엄마의 표정을 보며 너무 통쾌하면서도 정말 씁쓸했어요. 지방에 흩어져 사는 이모들 만나러 큰애랑 엄마 모시고 그 추운날 식당에 모였는데 앉자마자 제 흉을 보시고 비교하면서 며느리는 내 맘에 쏙 든다. 나한테 다 잘한다..심지어 저의 유일한 위로인 신앙생활까지 이젠 며느리도 딸만큼 발전했다고 그리고 아빠 닮아서 성격이 똑같다...제가 순간 울컥해서 처음으로 내가 그렇게 밉냐고..그렇게 싫으냐고 대들었네요. 나이 오십에 아들앞에서 이모들 앞에서....

똑똑했으나 약아빠진 막내이모는 어디 엄마한테 대드냐고 나무라시고, 저랑 마음이 잘 통하는 엄마와는 결이 다른 큰이모는 부모 자식간에도 서로 상처되는 말은 하지 말아야 된다며 제 편을 드시면서 저한테 삶의 지혜가 될만한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엄마 성격을 아니까 니가 힘들겠지만 네가 중심잡고 바로 서라고....

막내이모는 본인도 남존여비의 피해자면서 저한테 공감해주는게 아니라 자식생각만 하고 자식들한테만 돈쓰지 말고 동생들한테도 화끈하게 쏘라는 이모는 쏠쏠히 엄마한테 잘 뜯어내요. 하와이여행 같이 가자고 부추기고 엄마보고 내라고,  짠순이 엄마 아빠라 이모들 성에 차지도 않겠지만 실제로 이모나 친척들이 생각하는 만큼 부자도 아니에요.  정말 많이 벌었지만 그 많은 양쪽 동생들 공부시키고 경제적으로 자리잡고 살게 도와주고 조부모님 노후도 거의 저희 부모님이 감당하셨거든요. 저는 잘 알아요. 그 역사를 같이 겪으며 컸고, 전 예민했고 영민했고 가족을 사랑했으니까 그 어려움들 보면서 부모님 위로하며 격려하며 힘든 부모님의 감정의 쓰레기통 역할은 저였으니까요.

 

이 글을 쓰면서 너무 눈물이 나네요.

살고 싶은 의욕이 이렇게 바닥인 적이 없어서요.

엄마와 마지막 통화가 한달전이네요. 엄마가 교육비 대신 것도 있고 작은 아이가 큰상을 받아서 기뻐서 고마워서 전화했고 기뻐하셨는데, 그러면서 엄마가 의대에 보내라고 제가 가능성은 있지만 너무 힘들고 어려운 길이니 강요하고 싶지 않다고, 또 아이가 그렇게 독하게 공부하는 타입도 아니구요...그랬더니 너네 주제에 애를 의사 만들지 않으면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거냐고, 되지도 않는 사업은 누가 하랬냐고 요즘 돈없이 어떻게 공부시키냐고....큰애도 왜 대학원 안가냐고 너네만 보면 속 터진다고 하시는데 너무 비참하네요.

 

그리고는 조카와 비교하며 조카도 어릴때는 몰랐는데 커가면서 공부욕심이 많아 우리 애 두배로 교육비 대주시느라 엄마가 요즘 돈을 못써서 짜증난다고, 남들은 딸이 능력있어서 엄마한테 잘한다는데 나는 남편 성질 평생 맞추고 살고 양쪽으로 돈 대주느라 이나이까지 힘들다고 하시니 너무 속상해서 못들어주겠더라구요.

부모님이 너무 성격이 세서 자식들 다 쥐고 사셨고, 사랑한다거나 정서적으로 격려같은거 받아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도 저는 항상 사랑받고 싶어서 그 정이 그리워서 차갑고 냉정한 부모님한테 먼저 다가가고 또 다가가고 부모님 비위 잘 맞추며 집안 분위기 화목하게 만드는 수고는 아무것도 아니었나봐요. 엄마가 늘 딸이 있어서 좋다고 하셨어요. 아빠는 말할것도 없죠. 남자의 마음을 이해하기는 커녕  야생마같은 아빠를 엄마 방식으로 길들이려고 하니 아빠와의 관계가 삐걱거릴때마다 제가 다 받아들였고 아빠도 그런 가족 중에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게 딸이었으니까요.

 그 와중에 저는 그나마 결혼해서 독립적으로 잘 살다가 몇년전부터 일이 잘 안풀리니 이런 무시를 듣고 정말 절실할때 필요할때 부탁했는데 너무 차갑고 냉정하게 거절당해서 일어서야 할때 일어서질 못했어요. 너무나 원망스럽고 그때 마음의 문이 완전히 닫힌것 같아요. 더이상 부모님을 사랑하는 감정이 생기질 않아요. 그때 그 시점에 동생은 자산을 불려가서 지금은 정말 잘 살아요. 조카들도 조부모한테 풍성한 사랑을 받으며 살아선지 성격도 좋고 공부도 잘 하고 잘 사네요.

 

전 남의 나라에서 아무 도움 없이 억척스럽지도 않은데 부모가 물려줄 것 없는데 순진하기만 제 아이들이 자라서 삶이 얼마나 버거울지 아니까 적어도 이렇게 나약한 모습은 보이지 말아야겠다 마음 먹는데 정말 바뀌지가 않네요. 삶이 너무 비참하고 이대로 멈춰버렸으면 좋겠어요. 제가 너무 나약한거 알아요. 그런데 힘이 드네요....뭐라고 한마디씩 해주세요. 너무 아픈 말은 말고요....시간이 좀 지나면 펑 할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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