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강아지 팔자야말로 뒤웅박 팔자

전철 타고 걸어 집에 오는 길이 멉니다

강변길을 걸어 오다보면

너른 평지 땅에

작은 컨테이너가 3개 있고

각 컨데이너 앞엔 작은 개집

그리고

누렁이 

흰둥이 

검둥이가 1미터 개줄에 묶여서

2년 넘게 있어요

사람이 지나가기만 해도

세녀석이 맹렬하게 짖어대고요

 

삼복더위에도

한파 추위에도

세 녀석이 그렇게 묶여 있어요

아마 컨테이너를 지키라고 그렇게

묶어 둔 거 같아요

그 중 누렁이 하나는

우리 집 강아지의 형님이라 해도 믿게 생겼어요

우리 애는 좀 몸집이 작고 덮힌 귀이고

이 녀석은 약간 더 크고 바짝 올라간 귀만 달라요

 

우리 강아지도 실외에서

목줄묶여 집 지키는 강아지로 1년 살았던 애에요

데려와서 목줄 풀어 놓다가

목줄해 잠시 두니 ...

그때 비로소 목줄 푼 자유를 알았는지

다시 자기를 묶을까봐

풀어달라고 개줄을 잘근잘근 씹고

몸부림을 쳤었죠

지금은 실내에서 키운지 2년이 다 되가니

신뢰가 생겨 이불보 교체할 때

묶어놔도 그러지 않아요

 

함께 사는 우리 강아지 때문에

저런 강아지들이 더 안타까워 졌어요

 

웃긴 게 뭔지 아세요?

한번은 그 앞을 지나다

주인 같은 남자를 봤어요

가운데 위치한 검둥이 옆에서 삽질 비슷한 걸 하는데

오른쪽 누렁이는 주인이 왔다고 

좋아서 껑충껑충 뛰더란 거죠 ㅠㅠ

지날 때 마다 으르렁 맹렬하게

짖기만 하던 강아지였거든요

 

여긴 사실 이런 강아지가 많아요

시고르자브종이라는 강아지들 ...

 

우리 애야 어찌 인연이 닿아 나를 만난 건데요

데려와 씻겨 잘 먹이고 키워보니 ...

 영리하고 건강해요

집안에서 차분하고

뜻밖에 음악취향도 우아해요

절제도 나보다 잘 하고요..;;;;

옷 입혀 놓으니 그 또한 멋지고요

따뜻한 이불 속에 푹 쌓여 자는 걸 좋아해요

 

우리 강아지는 세녀석하고

똑같이 생겼는데

견생이 달라요

 

귀가할 때 세 녀석 볼 때마다

너무 안타까워요...

묶여 있어도 주인이 밥 챙겨주니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까요?

휴우 .....

 

강아지야 말로

진짜

뒤웅박 팔자 같아요

스스로 견생을 개척할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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