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정경심 교수 책냈네요

펌글

 

ㅡㅡㅡㅡㅡ영치금을 함께 보내주신 내 친구님들과 함께 읽고 싶습니다.

지난 1년 반, 우린 한 푼 두 푼 
담장 너머의 그녀에게 닿으려 애썼습니다.
계좌 한도는 300만원이었고
입금성공에 기뻐하거나
입금실패에 다음을 기약하는 일의 반복이었습니다.

우린 나름 절절했지요.
금액자체보단 메시지를 담고 싶었잖아요.
그녀가 지난한 이 싸움에서 꺾이지 않길 바랐고
고독하지 않길 바랐습니다.

이하 글은 그녀의 에세이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에 나온 이야기로 여러분의 영치금 내역을 보았던 때를 쓴 글입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나를 울린 영치금> 

영치금 계좌를 오랫동안 봉인했다.
또 어떤 비난이 내게 향할지 상상할 수 없었기에.
2022년 삼월, 
감옥 생활 이 년을 넘기고서야 공개하기로 했다. 
친구와 지인들이 이제는 공개해 달라고 하여, 
이제는 아무도 관심 없을 것이라고 하여.

그런데 어떻게 알았을까?
전혀 알지 못하는 이들이 
봇물 터지듯 영치금을 넣기 시작했다.

한 뭉치의 입금 통지서를 받아들고 
처음에는 어리둥절...

3원이 찍힌 입금표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직전 잔액이 2,999,997원...!
 
한도액 300만 원에 걸린 그이는 
수없는 시도 끝에 마침내 
3원의 공간을 확보하였던 것.
그 3원이 급기야 나를 울리고 말았다.
목을 놓아 펑펑 울었다.

그이의 간절한 사랑이 
차갑게 얼어붙은 내 마음을 녹였다.

하지만 그것은 길고 긴 송금 행렬의 시작이었을 뿐.

가끔은 18원을 보내서 욕을 한 이도 있었지만,
아주 가끔은 넉넉한 한도에도 
1원으로 비웃음을 보낸 이도 있었지만,

빠듯한 용돈을 아껴 매주 1004원을 보내 준 분,
격려의 메시지를 적어 넣느라 늘 익명을 고수한 분,
매월 월급날마다 적금 붓듯 소액을 입금한 분,
입금 공간을 내어 주려고 
번거로운 우편환을 마다하지 않은 분...

얼굴 없는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에게서
나는 참으로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많은 분이 십시일반 보내 주신 그 뜻을 헤아려, 
2022년 그해 겨울 엄동설한에 수술 후 
아픈 몸으로 재입감 되며 
처음으로 극세사 이불을 장만하여 
그 겨울을 따뜻하게 보냈다.

그리고 다음 해 봄, 
처음으로 선크림을 사서 얼굴에 발랐다.
그리고 처음으로 얼굴에 바르는 크림도 샀고 
탈모 약도 샀다.
그리고 과일과 육포와 초콜릿도 사서 
뿌듯하게 쟁여 두었다.
.
.
.
.
.

이렇게 한 분 한 분의 사랑이 모여 
내 삶을 지탱해 주었다. 

그래서 나는 매일매일 말씀드렸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힘을 내서 오늘을 
그리고 내일을 지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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