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전업주부

남편이 동창 모임에서 커피 상품권 카드를 받아왔어요.

이미 그 브랜드 기프티콘이 많다고 하니 냉큼 아래 직원에게 주겠다더군요. 좋아한다면서요. 저는 아이가 그 브랜드 커피 좋아하니 주자고 했는데 자기 덕에 걱정없이 편히 먹고 살면서 힘들게 일하는 직원 커피 쿠폰 주는 걸 뭐라 하냐더군요. 남편은 그동안 계속 이런 포인트에서 억울해했어요.

 

결혼 이십년 동안 정확히 십년 맞벌이였고 처음 오년은 제가 경제적으로 가장이었어요. 십년 째 여러 가지 이유로, 그 중에서도 시부모 간병이 큰 이유였는데, 제가 퇴사했습니다. 신혼집은 친정 부모님 월세 받으시던 아파트 저희가 살았고 돈 모으라고 월세 한 푼도 안받으셨어요. 거기서 십년 살다가 청약되어 나갈 때 잔금도 도와주셨습니다. 저희 첫 차도 사주셨고요. 이래저래 결혼 이후 목돈 받은 게 2억이 넘어요. 이십년 전 1억도 적은 돈 아니었어요. 그리고 제가 완전 전업도 아니고 과외로 월 백만원은 꾸준히 벌어요. 가사일은 남편이 전혀 하지 않고요. 

 

남편의 편하게 호의호식 타령이 시작되면, 저는 어쩔 수 없이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얘기하죠. 근데 시작하자마자 됐어, 그만해, 그러고 자리를 피합니다. 어제는 선을 많이 넘더라고요. 제가 그 직원 월급 안주고 무료 봉사하러 오는 거냐, 그러면 커피 쿠폰이 대수겠냐, 하니 집구석에서 돈 걱정 안하고 편히 사는 주제에 치열하게 돈 버는 사람 함부로 말하지 말래요. 내가 집에서 하는 노동은 그렇다치고 시부모 간병만 3년 넘게 했는데(간병 이유로 합가했고 병원 모시고 다녔어요) 그건 가치있는 노동 아니냐고 하니 자식 도리 한거지 유세할 일이 아니라고 해요. 

 

말 같지 않은 궤변인 거 아는데도 들을 때마다 울분이 올라와요. 처가 도움 받은 것(시집은 처음부터 저희가 생활비 보조했고 결혼할 때 도와주신 거 없어요) 자존심 상할까봐 언급 안하는데 그럴 필요가 있나 회의감이 듭니다. 결정적으로 제가 월 생활비로 3백만원 이상 써본 적이 없습니다. 거기에 학원비, 공과금, 관리비 다 포함입니다. 명품, 보석 전혀 없고요. 이 정도가 호의호식인가 기막힙니다. 

 

가진 거 없어도 성실하고 바른 인품이라 생각해서 말리는 결혼 했는데 사람 보는 눈이 정말 없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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