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제가 사는 아파트는 재건축을 앞둔 오래된 아파트입니다.
엘레베이터도 역시나 오래되어서 문 닫힘 센서가 잘 듣지 않아 사람이 문에 끼여서 힘으로 문을 여는 일이 일상이고 엘레베이터 안쪽에서도 밖에서도 열림, 닫힘 버튼이 잘 먹히지 않아요.
재건축을 앞두고 있어서 다들 참고 삽니다.
저희 아이는 4살이구요.
퇴근하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하원시켜 집으로 올라가려고 엘레베이터를 1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날이 금요일이라 제 가방, 아이 가방, 낮잠 이불(어린이집은 금요일에 낮잠이불을 가정으로 보내시고 세탁해서 월요일에 다시 가지고 갑니다.)까지 들고 있었던터라 아이 손을 잡을 손이 없었습니다. 저희 앞에 한 어르신 할아버지께서 기다리고 계셨고 어르신이 먼저 타시고 제 아이가 먼저 엘레베이터에 탔고 저는 바로 뒤이어 타려고 하려 있었는데 역시나 문이 닫혔습니다.
밖에서 올라가는 버튼을 계속 눌렀으나 역시나 먹히지 않았고 엘레베이터가 닫히고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문이 닫히는 순간 아이 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구요.
너무 놀라서 심장이 뛰고 엘레베이터 통로 따라 들리는 아이 울음 소리가 더 가슴을 옥죄었습니다.
1초가 1시간 같은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 다행인게 앞에 탄 어르신께서 계시고 이 상황을 다 보셨기 때문에 그래도 도와주시겠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1층에서 층수 화면을 보니 9층에서 엘레베이터가 한 번 섰고 11층에서 한 번 더 선 후에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어찌된 상황인지 1초를 1시간처럼 기다리고 있었는데
1층에 도착한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는데 아까 그 할아버지 어르신께서는 없으셨고
제 아이와 11층에서 타셨다는 할머니께서 타고 계셨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아이가 혼자 울고있어서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신 채 달래면서 내려오셨다고 하시더라구요. 할머니께는 상황 설명을 드린 후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우는 아이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결론은 그 할아버지께서는 우는 아이를 혼자 두고 9층에서 내리셨던 거지요.
솔직히 지금도 그 어르신께서 어떤 생각으로 어린 아이를 혼자 두고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셨던건지..
그것도 같은 아파트, 같은 라인 사는 이웃이고 이웃에 사는 아이인데요.
잠시 시간을 내어 1층에만 데려다주셨어도 되는 거였을텐데요.
세상이 참.. 각박하고 개인적이구나..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이런 곳이구나 나름 충격이었던 일이었어요.
4살짜리 뭣모르는 제 아이가 봐도 그 할아버지의 행동이 서운하고 아니다 싶었는지
엘레베이터에서 내린 제 아이는 "그 할아버지 나쁜 할아버지야." 하더라구요. 자기 도와주지도 않고 가버리셨다구요.
이슈가 되는 36개월 엄마처럼 추후에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지만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저는 그 일이 세상에 대한 서운함으로 남아있고
제 아이는 그때 엘레베이터에 혼자 있었던 얘기, 그 할아버지 나쁜 할아버지라는 얘기는 지금까지도 합니다. 그리도 엘레베이터 문이 닫히려고 하면 질겁을 하구요.
36개월 엄마의 입장이 이해가 되면서도 그렇게까지? 싶은.. 도가 넘은 부분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함께 도우며 사는 세상, 온 동네가 함께 아이들을 키우는 세상, 아이들을 따뜻하게 바라봐 주고 손 내밀어 줄 수 있는 어른들의 여유를 찾았으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