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중1아들과 함께 작은 공연을 보러 다녀왔어요.
공연장 입구가 좀 독특하더라고요.
공연장 입구까지 계단이 이어지고요.
계단을 다 오르면 건물 입구이고요, 그 계단 끝에 놓인 길 2~3미터 건너가 바로 건물 입구예요.
그런데 그 2~3미터길로 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되어 있어요.
그 길이 주차장 출구 역할 정도 하는 것 같아요.
언뜻 보기엔 도로처럼 안 보여요.
(이게 설명이 잘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아이 손을 잡고 공연장을 들어가려고 계단을 올랐죠.
입구까지 계단 15개쯤? 거의 다 올랐어요.
마지막 계단 딱 올라서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굉음이 들리더라고요.
뭐지? 싶은 마음이 드는 그 순간 눈 앞에 자동차 한 대가 미친 속도로 지나가 버리네요.
바로 눈앞에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슝~
아들 손을 잡고 순간 얼음이 되었어요.
1초만 빨랐더라도 아마 그 차가 우리를 치고 지나갔을 거예요.
그 차 운전자도 사람이 보여서 놀랐는지 오른쪽으로 지나더니 급정거를 하고 한참을 그대로 있더라고요.
저도, 아들도, 차도 얼음상태.
그대로 시간이 1분 정도 흐른 거 같아요.
어쩌지 어쩌지, 경찰에 신고를 하나? 그렇다고 다친 것은 아니고 놀란 것 뿐인데..
머리가 안 돌아가고 어버버 하고 있는데, 그 차가 유유히 떠나더군요.
건물을 들어서니 바로 경비실이 보여요.
경비 아저씨가 안에는 계시지만, 전혀 이 상황을 못 보셨어요.
그때도 어쩌지... 하다가 공연 시간이 다가와서 공연장으로 자리를 옮겼어요.
다행히 공연은 참 좋았어요.
그런데 아들은 공연 내내 그 차 때문에 열받아 하더라고요.
그런 놈은 죽어야 한다는둥, 열받아하길래 다행히 우리는 안 다쳤고 나가면서 경비실에 이야기를 하자고 다독였죠.
공연 마치고 나오는 길에 공연 관계자에게 아까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입구 구조가 이상하니 과속방지턱이라도 설치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하고 집에 왔어요.
그런데, 잠이 안 오네요.
정말 1초도 안 되는 차이로 사고를 면한 거였거든요.
남편한테 삼신할머니가 우리를 껴안아준 거 같다고 했어요.(남편은 신고 왜 안했냐고 열받아하고..)
저는 종교가 없는데, 모두 잠들고 난 불꺼진 거실에서 누구에게 향하는지도 모르는 감사의 기도를 한참 하게 되더군요.
그러고 났는데도 잠이 안 오고 너무 무섭습니다.
만약에 사고가 났더라면 저는 물론이고 아들도 아마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거나 크게 다쳤을 거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생과 사가 이렇게 1초 차이로 갈리는 걸 경험하고 나니, 너무 두렵네요.
내 의지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평안하게 잠들어 있는 가족과, 고요하다못해 적막하기까지 한 이 밤이 너무 감사하면서
한편으로 이 평화가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엄청나게 몰려옵니다.
그 차를 경찰에 신고했다면 좀 괜찮았을까요? 지금이라도 경찰에 비접촉 교통사고로 신고할까요?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에 무기력하게 그냥 지나간 엄마를 보며, 아들이 실망하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되고요.
별 일 없었으니 그냥 마음 다스리고 잊어버리는 게 좋을까요?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의논할 곳이 없네요.ㅜㅜ
**** 여기 기자들 많이 들어오는 거 알아요. 기사화 원치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