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사남매 마음의 큰 구멍

결혼한 지 벌써 15년이 되었어요. 동갑내기 남편과 대학원생일 때 결혼해서 박사 마치고 자리 잡고 아이를 낳아서 애는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고요. 맞벌이 하고 코로나에 적응하고... 지금까지 참 정신 없이 살았어요.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남편은 멋진 사람이고 시부모님도 정말 좋으시고, 시누이 시동생 모두 훌륭한 사람들인데 왜 이렇게 가족 사이가 편한 듯 편하지 않고 불편한 걸까... 혹시 시부모님 두 분이 자녀들을 너무 돌보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시부모님 두 분 모두 농촌 출신이시긴 한데, 각자 집안에서 가장 사랑받고 가장 자랑스럽고 인물 좋고 성격 좋고 그 지역에서 공부 최고로 잘해서 당대 최고의 대학 나오시고 승승장구 하셨어요. 돈이 많지는 않아도 명예로운 직업이고, 80이 되어가는 지금도 사회생활이 활발하시니까요.

 

그런데 두 분 모두 너무 대단하시다보니 각자의 삶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셨기 때문에 사남매가 모두 잘 자라고 훌륭하기는 한데, 애효... 저희 남편은 제 나름대로 사랑을 부어줘도 부어줘도 무슨 깨진 장독같아요. 채워지지를 않는 느낌이에요 ㅠㅠ

 

저는 아이가 생기면 부모에게 아이가 최우선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저희 부모님은 저에게 그러셨구요.. 근데 아이를 낳고 보니 이 남편이 아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커녕 은근히 질투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에요. 

처음에는 이 느낌이 몸서리쳐질 정도로 싫었는데, 십여 년 지나면서 천천히 엄마와 아빠는 자녀를 대하는 마음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남편은 아내의 돌봄을 많이 필요로 하는 것을 그냥 좀 받아들였어요.

 

그래도 종종 아니 자주 ㅠㅠ 남편이 너무 찌질하게 느껴지고 뭐 이렇게 몸만 컸지 어린애인가 싶어서 고운 눈으로 안보게 되고,

아이고 당신들도 소중하시겠지만 좀 자녀들을 우선시해서 키워주시지...ㅠㅠ 하는 원망하는 마음이 들기도 해요. 물론~~!! 한 번도 표현해본 적 없고, 늘 남편과 시형제분들 칭찬합니다. 실제로 칭찬할 게 엄청 많기도 하고요. 기본적으로는 시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 99.9에 약간 원망스러운 마음 0.1밖에 들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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