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요.
31세. 지금으로부터 십여년 전.
교육관련 회사에 알바로 지원했었어요.
교육프로그램 개발이라는
뭔가 거창해 보이는 일이었는데
사실 책읽고 문제내는 일이었죠.
엄청난 양의 책을 읽고
관련 내용을 문제로 만들어 회사로 보내요.
그럼 그 회사에서 피드백을 보내고
수정을 거듭하며 완성해가는
정신 노가다.
5월에 시작해서 8월에 130만원 받고
나머지 50만원은 12월에 받기로 했어요.
모든 수정작업이 끝나면
나머지 금액을 받기로 한거죠.
최종수정작업이 8월쯤에 끝이 났고,
더는 멜이 안와서 이제 할 거 없냐고 문의하니
거의 다 끝났다고 하더군요.
근데 12월이 되었는데도 돈을 주지 않아
전화했더니
저는 작업자 명단에서 빠졌대요.
왜?
저한테 수정하란 멜을 보냈는데
제가 작업한 답장을 안보내서
일할 의사가 없는걸로 간주하고 뺐다네요.ㅎㅎㅎ
난 수정하란 멜을 8월 이후에
받은 적이 없다니까
그건 자기가 알 바 아니고 자기는 분명 보냈는데
제가 무시한거니 돈을 못준대요.
내 메일함에 너네가 보낸 메일이 없는데 무슨 소리냐?
해킹이라도 당했다는 거냐?
그랬더니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난리난리.
소리지르고 난리침.
수차례 전화해서 다시 확인해보라고 저도 난리쳤죠.
나중에 메일로 한다는 말이
직원이 엉뚱한 곳으로 수정메일을 보내서 답장이 안왔고
제가 일할 생각이 없는 줄 알았대요.
하도 어이가 없어서 무슨 일처리를 이따위로 하냐?
전화번호는 왜 적어놓냐?
전화를 했어야지.
그랬더니 요즘 누가 전화하냐? 다 이멜로 처리하지.
여기가 무슨 구멍가게인 줄 아냐는 거예요.
그러면서 자기 직원이 실수할 수도 있는걸 왜 난리냐고,
좋게 처리하려고 했는데 기분이 상해서 돈을 못주겠대요.
이런 법이 어딨냐고 따지니까,
그럼 법대로 하자면서 수정본을 보낼테니
자기가 승인할때까지 계속 수정하래요.
수정이 끝나야 돈을 주기로 했으니 법대로 하자고.
이미 프로젝트 끝나고 정산도 끝났지만
계속 수정하라고 하더군요.
조선시대 노비도
무의미한 노동은 안시킬텐데.ㅎㅎ
제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더니
그럼 못주겠대요.
이유가 기분이 상해서냐고 그러니까
'네' 라는 짧은 메일을 보내더군요.
이건 부당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
오십만원 내놓아라.
그랬더니 회사자금사정으로
다음 달에 지급합니다.
그래서 다음달 기다렸더니
또 다음 달에 지급합니다.
그 다음에도 또 다음달에 지급합니다.
그 이후엔 아예 답장도 안함.
애초에 돈을 줄 의사가 없었던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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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구조공단에 상담을 받고
소송을 진행했어요.
직원이 아니라 노동자 신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노동청에 신고를 할 수가 없었거든요.
민사소송을 신청했는데
이놈이 이의신청을 안해서
재판없이 원고승.
결정문이 나왔어요.
그걸 가지고
사장놈의 법인통장을 압류했죠.
신나는 마음으로.ㅎㅎㅎㅎ
그런데 법인통장이 비어있는거예요.
이미 여러 명이 소송해서 압류한 상태고,
의료보험료를 안내서
국가에서도 압류한 상태.
결국 돈을 찾을 방법이 없었어요.
소송까지 했는데도.ㅜㅜ
사장놈은 구인업체를 통해
계속 사람을 구하고 있고.....
법인통장은 압류당한 상태인데
뭘로 운영하는건지.
저는 구인업체에 법원결정문을 보내서
구인금지를 시켰어요.
알바천국, 알바몬, 잡코리아, 사람인, 워크넷
그 회사 이름이 뜰때마다 구인금지 신청을 했죠.
그렇게 몇개월이 지나고
잡코리아에서는 구인금지를 풀었어요.
결정문이 아니라 판결문만 취급한다는 엉뚱한 이유였죠.
아마도 사장놈이 잡코리아 찾아가서 읍소한 것 같았어요.ㅜㅜ
그놈은 잡코리아와 같은 회사인 알바몬에서 계속 사람을 구했죠.
저는 그놈이 프로그램을 납품한 교육청에 민원을 신청했어요.
제가 겪은 일을 다 얘기하고
세금으로 운영하는 교육청에서
젊은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악덕업주가 운영하는 회사 프로그램을 쓰면 되겠냐?
프로그램을 교체해 달라고 민원을 냈어요.
분노한 놈이 메일을 보냈더군요.
고소한다고.
고소하기 전에 민원 취소하고,
불량기업 등록도 취소하라고.
싫다니까 합의를 하자고 했어요.
돈을 보낼테니 그 전에 민원취소하고,
불량기업 신고한것도 취소하라고요.
그럼 돈을 보내겠다.
사실 담당공무원 답변이 달린 민원은 취소가 불가능하고,
불량기업 신고해지도 돈을 받아야 해지가 되는거잖아요.
구인업체에서 돈 받았나요?
그러면 뭐라고 대답하나요?
돈은 못 받았는데
사장놈이 이거 해지해야 돈준다니까
일단 해지해주세요. 그러나요?ㅎㅎ
싫다니까 계속 고소하겠다고 메일 보냄.
말로만 하지 말고 실천에 옮기라고 했더니
제 민원 내용에 허위사실이 많다면서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영업방해로 고소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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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내용에
젊은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했다.
는 부분이 있는데
젊은이들은 복수잖아요.
저 말고 다른 한 명이라도 있다는걸
증명해야 했어요.
사장놈이 12월에 저 포함 4명에게
단체메일을 보냈더군요.
곧 돈을 지급하니까 작업한 책을
택배로 보내란 내용이었는데
저는 그들에게 메일로 물었어요.
돈 받았냐.
한 명은 80만원, 다른 한 명은 30만원 못 받음.
나머지는 하도 돈을 안줘서
진절머리나서 계산도 안해봄.
그들과 주고받은 메일이 있어서
젊은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했다는 말이
사실인걸 증명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오는 길.
골목 입구에 그놈이 나타남. 하아......
그놈 집은 경기도, 제 집은 서울 강북인데
그놈 회사는 서울에 있지만
저희 집과는 엄청 먼 거리였죠.
네가 왜 여기서 나와???????
주소를 갖고 저희집을 보러 온 것 같았어요.
이유는 모르지만요.
이놈이 왜 온걸까?
멘붕이 와서 무고죄 고소를 진행 못했어요.
그 회사와 일한게 31세.
소송 진행한게 32세.
결정문 갖고 구인금지, 민원 신청한게 33세.
고소당한게 33세.
무혐의 판결 받고 시간이 또 흘렀어요.
그때 바로 무고죄 고소를 못한게 천추의 한입니다.
34세. 또 민원을 넣음.
이번엔 지방교육청.
검색해보니 그 지방 교육청에 뭘 했더라고요.
담당공무원이 제게 전화했는데
그놈이 연락받고
아...... 대체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랬다더군요.
그렇게 반년이 흐르고
이번엔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썼어요.
회사이름 ㅇㅇㅇㅇ 에서 일했던 분들을 찾습니다.
거기서 일했던 분들은 제게 쪽지나 메일주세요.
아마 돈을 못 받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테고
사람이 많이 모이면
언론제보도 가능하고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며칠 뒤 네이버에서 삭제시킴.
그놈이 보고 삭제요청 한거겠죠.
그리고 일주일쯤 뒤에
공탁으로 돈을 맡겼다는 우편물을 받았어요.
놈이 원금 오십만원+법정이자. 합쳐서 80만원 정도를
공탁에 맡겼더군요.
공탁 이유는
부당한 사과를 요구하며
돈을 받지 않아
공탁에 맡긴다.
ㅡ.ㅡ;;;;;;;;
말같지도 않은 이유로
계좌로 보내면 되는걸 굳이 법원에 가서
공탁에 맡기고 오다니.
전자소송으로 공탁금 찾았고
그렇게 일한지 4년이 다 되어서
돈을 받았어요.
35세.
4년이 걸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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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엔 같이 일했던 사람들은
돈을 못 받았는데
전 돈을 받았다는 기쁨이 있었고
승리했단 생각이 들었어요.
드디어 받았다.
근데 지금 생각하면
이게 기뻐할 일이었나?
당연히 받아야 할 노동의 대가를.
온갖 고생을 하고 겨우 받아냈는데
이게 무슨 승리인가? 그런 생각이 드네요.
바로 무고죄 고소를 진행했으면
돈도 더 빨리 받았을 것 같고요.
돈 보낸다고 고소취하는 안했겠지만
놈이 형량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돈을 보냈겠죠.
저는 왜 당시 무고죄 고소를 안했던 걸까요?
그놈이 골목에서 얼쩡거리는거 보고
멘탈이 나가서 그랬어요.
법원, 경찰서 오가는 것도 힘들었고요.
고소하려면 검찰이든 경찰서든 가야햐는데
너무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냥 안했어요.
소소하게 집에서 민원넣고, 블로그에 글 쓰고.ㅎㅎㅎ
그렇게 해서 받긴 받았지만,
뭔가 마무리를 하지 않은 것 같아
개운치 않은 마음이 항상 있었어요.
무고죄 공소시효가 8개월 남았습니다.
지금이라도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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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이 제게 그러셨어요.
마음공부하는 분인데
지금와서 무고로 고소하는건
그놈이 펼쳐놓은 업보의 그물에
같이 뛰어들어 허우적거리는 거라고요.
돈도 받았고, 시간이 지났으니
그냥 잊으라고요.
저는 화가나서 이러는게 아니고,
죄를 졌으면 벌을 받는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니까
정의에 대한 집착도 집착이라고
하시더군요.
제가 그놈이 무슨 짓을 저지를까
무서워서 무고죄 고소를 못한게
스스로 비겁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항상 마음에 걸렸죠.
세월이 지나도.
업보의 그물에 뛰어드는거란 얘기를 듣고
맘을 다스리고 잊었는데
청조 사건으로 다시 떠오르네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