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잘 보내고 계신가요? (11월 8일이면 입동이랍니다 ㅠ)
오늘 서울숲 에 갔는데 가을분위기가 절정이더군요
지난주만 해도 퍼런 데가 많더니만 오늘을 알록달록, 보랏빛 황금빛 가을 꽃들이 곳곳에 쨍하게 피어있고, 바람 한번 쏴~불면 사방에서 햇볕에 익은 잎들이 우수수 비처럼 쏟아지는데 맞아도 맞아도 비처럼 젖을 걱정 없으니 신나게 맞았어요^^
치킨무나 짬짜면만 반반최고가 아니다, 가을엔 나뭇잎이 반, 떨어진게 반일 때가 가장 멋지다는 남편 말이 왜 이리 설득력이 있던지 ㅎㅎ (다음주면 서울숲은 잎이 떨어져서 썰렁할듯)
말라서 와삭거리는 낙엽들을 밟고 지나는데 옆에서는 물소리 졸졸 들리고, 바람에 털북숭이 강아지풀도 살랑살랑, 은빛 억새들도 더운날 부채마냥 왔다갔다, 옆 실개천에 한번씩 비추는 햇살은 잘게 부서져 반짝이고..
어딜봐도 예쁘고 분위기있어 실컷 사진찍고 반달미소 지으며 돌아다녔어요
* 이번주 읽은 책들 (82에서 종종 언급되었던)
1. 얼마전 올라왔던 킴 투이의 '루(ru)' 와 같은 저자의 '만(man)' (*추천해주신 82님 감사! 글이 담담한듯 하면서도 굉장히 진한 향과 뜨거움이 들어있어서 한줄한줄 읽을 때마다 그 뜨거움에 데이는듯 인상깊게 읽음)
2. 프레드 울만의 '동급생 ' (중편소설이라 짧은데 간결하고 힘주지 않고 쓰여졌음에도 글로 쓰여진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이 같이 읽혔고, 마지막 반전은 지진의 진앙지에서나 느낄듯한 강도의 울림이 놀라움. 영어제목이 왜 'Reunion'인지 읽고나니 알듯)
3. 박연선의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이거 완전 대박이던데요? 첫 페이지를 펼치면 그대로 마지막장까지 쭉 읽을 수 밖에 없는, 만화방에서 만화보듯 한번씩 ㅋㅋ거리며, 한번 탄 롤러코스터는 한바퀴 돌아 멈출때까지는 내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책. 작가의 입담이 엄청남)
4. 온다 리꾸의 '꿀벌과 천둥' ( 유명 클래식 경연대회의 오디션부터 결선까지의 며칠을 참가자와 관객들, 심사위원의 눈으로 그려낸 이야기. 온통 음악 얘기로 가득한 것이 즐거웠음. 전문 연주자든 일반인이든 각자에게 음악이란 무엇인지를 참 아름답게 그림)
5. 마크 스트랜드의 '빈방의 빛: 호퍼'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좋아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흔한 평론가들의 미술사학적인 평이나 설명집이라기 보다는 계관 시인인 저자가 시인의 눈과 언어로 쓴 호퍼의 그림 이야기. 그림도 글도 좋았던 책)
* 단풍 구경이라고 꼭 멀리가지 않아도 서울 시내 예쁜 곳이 많더라고요 (지방은 제가 잘 몰라서..)
1. 혜화동 - 대학로 가셔서 연극도 보시고 이화마을 골목길과 낙산공원에 올라가시면 옛 정취, 가을 분위기 끝내줌. 성곽 정상에서 내려오실 때 성곽 바깥길 (안쪽길 말고) 따라서 혜화문 쪽으로 내려오시는 길의 풍광이 넓고도 멋져요. 또 하나, 일몰 시간에 맞춰 가시면 성곽 정상에서 서울시내를 내려다보며 붉고 검은 구름들 사이로 곧은 광선을 사방으로 뻗어내며 불덩이가 산 저편으로 넘어가는 멋진 모습도 보실 수 있어요. 이화마을 골목길은 구석구석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고 언덕과 경사가 심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더 감성돋음
2. 궁 - 창덕궁 후원 멋있는거야 말할 것도 없지만 티켓 구하기 힘드시면 덕수궁이나 운현궁 거닐어보는 것도 좋아요. 덕수궁에서 열리는 '장욱진 회고전'은 놓치기 아까운 전시고 서울시립미술관과 돌담길은 언제 가도 좋은 곳!
3. 성북동 - 길상사와 최순우옛집도 완전 가을가을합니다. 아주 예뻐요
4. 부암동 - 서울미술관과 석파정을 묶어보셔도 좋고, 환기미술과+윤동주기념관+시인의 언덕+청운문학도서관도 강추합니다. 산 위에 있는 곳들이라 주변 풍광이 아주 멋진 곳들이죠
5. 명륜동 - 아직은 퍼렇지만 다음 주말이면 성균관대 입구에 문묘와 명륜당에 있는 500년 넘은 집채만한 은행나무들의 하늘을 덮는 엄청난 노란빛에 파묻힐 수 있을 것 같아요
6. 국립중앙박물관 - 본 건물 말고 연못을 지나 뒤로 가면 석조물 정원이 나와요.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돌로 만든 탑과 상들이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고, 폭포도 있고, 솔숲과 오솔길도 있어요. 흔히 거기 가면 건물 안 전시만 보시는데 바깥 정원도 멋지게 꾸며놔서 안보면 손해예요 ㅎㅎ
7. 절두산 순교성지 -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뒤 숲에 예쁘게 조성된 길이 나있고 그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돌에 새겨진 말씀이나 순교자들의 조각상을 보며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