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계수나무.
아 내가 계수나무를 키우는 것은 아니다.
계수나무에 대한 나의 애정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어느 모양이든 푸릇한 이파리가 가득한 식물을 좋아한다.
하지만, 정원을 가지게 된다면 정원 안에 꼭 잘 키워보고 싶은 나무.
금목서
계수나무
부겐베리아
금목서는 키우다 말려 죽였고,
부겐베리아 역시 탐스러운 꽃을 기대했지만 내 정원에서는 가시만 무성했다.
그리고 계수나무.
오래된 아파트에 살 적에 가을이 올 무렵 단지에 들어서면 항상 딸기쨈을 만드는 향이 은은하게 났다.
신기했었다.
가을햇살이 반짝이는 날에 딸기쨈을 졸이시다니...
나무 향일 수 있다는 생각이 나중에서야 들었지만, 난 엉뚱하게도 삼나무에서 나는 향으로 착각했다.
지금 사는 아파트로 이사와 나처럼 나무를 좋아하는 화가친구가 생겼다.
창너머 멀리 숲 속에 보이는 나무가 은사시나무인지 미루나무인지로 싸우는 사이이다 ㅋㅋ
이 친구와 단지 안을 산책하다 그리운 딸기쨈 향을 만났다.
정원수 한 그루 한 그루마다 코를 갖다 댄 덕분에 그 근원지를 찾아냈다.
바닥에 떨어진 귀엽고 작은 동그란 낙엽.
계수나무.
아, 계수나무, 계수나무에서 이렇게 고운 향이 나다니...
계수나무의 향을 예찬하는 시는 없을까?
오동나무, 계수나무...
아마 조상님들은 찬연한 봄 밤 달빛 아래 화려한 오동나무 꽃 향기에, 그리고
서늘함이 깃드는 청명한 가을 한 낮에는 계수나무 향에 취해 계셨을 거다.
한국스럽지 않은 멋스러운 향들...
요즘은 아침 출근길에 계수나무가 낙엽을 다 떨구기 전 그 곱디 고운 향을 한 번이라도 더 맡으려 단지 안을 돌아 돌아 계수나무 아래 한참을 서 있곤 한다.
이쯤이면 나의 계수나무라고 불러도 괜찮을 것 같다.
내일 아침은 비가 올 수도 있다니 커피 한 잔 내려 계수나무 아래 한참을 서성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