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결혼기념일이었거던요. 저는 남편 올겨울에 입으라고 캐시미어 쉐타 사줬고요.
남편은, 손톱만한 종이학 한 마리를 접어서 장문의 편지랑 같이 제 책상에 올려놨네요. 손수 분홍색으로 색칠도 하고 눈까지 그려 넣은 정성껏 만든 종이학 한 마리. 이 남자가 워낙 전력이 있어서 선물에 기대도 안 했지만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남편은 정말 너무 심한 문과라서 그러는 것 같은데 일단 편지가 제일 중요하고요. 제가 이제 그만 좀 하라고 싸울때 얘기해서 요새는 자제하고 카드로 가능한한 짧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해요. 그리고 같이 주는 선물은 아주 작은 고양이 목각, 아니면 뮤직박스 (태엽감으면 음악 나오는 거요), 아니면 필통 같은 거. 한번은 주고 싶은 선물이 있다고 눈 감고 손 내밀라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쵸콜렛 한 알을 제 손에 살포시 ㅠㅠ 저도 뭐 남편한테 명품빽이나 자동차 같은 거 받고 싶어서 이 남자랑 결혼한 건 아니지만요 갈수록 심해지네요. 종이학 한 개라, 참내. 화내면 안 되겠죠. 화내지 말라고 얘기들 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