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이시간에 밤의 냄새는 참 좋네요

누군가는 아침을 시작할 수도 있는 이른 새벽,

전 초저녁에 아기랑 함께 잠들어버렸다가

2시 좀 못되서 깨어난 후 지금까지 잠에 못들고 있어요.

바빴던 하루를 보상하듯,

혼자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하고 있네요.

 

불 다 끄고 거실 소파에 기대앉았는데

열려있는 베란다 창문으로 

시원한 숲속 나무냄새와 도시 특유의 냄새를 실은

시원한 바람에 부드럽게 들어오고

풀벌레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우네요.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라서

항상 듣던 소리예요. 풀벌레 소리..

한옥에서 자랐는데요,

밤에 소변을 누려면

창호지로 덧댄 문을 열고 마루를 지나서

주방을 지나서 화장실을 갔어야했어요.

초가을부터는 문을 열고 나가면

곡식 익는 특유의 싱그러운 바람이 좋으면서도

발에 닿는 차가운 마루의 감촉과 쌀쌀한 공기때문에

화장실 가는게 즐거운 일만은 아니었죠.

어떤때는 발가락에 여치 같은 곤충이 밟히면

바스락 소리가 났어요.

아무리 시골아이라도 벌레는 징그러웠답니다. 

 

휴.. 제법 쌀쌀하네요.

방금 바람이 살랑, 들어왔는데

어깨부터 한기가 도지는 것 같아요.

이제 들어가야겠어요.

안방 포근한 침대에서 제 아기가 자고 있답니다.

가서 아기 체온으로 온기를 좀 느끼고

살냄새 숨냄새좀 맡다가 자야겠어요.

이제 갓 15개월 된 아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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