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호상입니다.

벌써 20년도 더된일인데, 저희 증조할머님께서 90세 넘으셔서 돌아가셨어요.

큰 지병 없으셨고 전날까지도 거동하시다 집에서 주무시다 떠나셨답니다.

다들 곱게 가셨다 했어요.

 

아빠엄마와 저도 조문차 시골집에 갔는데, 밤늦게 아주 깜깜할때 도착했어요.

시골밤은 더욱더 칠흑같이 어두웠어요.

어두운 시골길을 더듬어 아빠차가 도착하니, 누군가 나와 인사를 하며 이렇게 말했어요.

 

호상입니다.

 

증조할머님의 손자쯤 되어보이는, 저희 아빠보다는 젊어보이는 아저씨였는데, 저는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천수를 누리고 가셨대도, 호상이라고 말하는건 너무 이상하지 않나?

 

근데 

 

알고보니 그아저씨 이름이 호상이었더라구요.

아빠가 오랜만에 어두운데서 만나 누군지 못알아볼까봐 자기가 호상이라고 얘기한거였어요.

 

장수란 무엇인가, 잘죽는다는건 무엇인가, 적당히 사는게 좋지않나를 고민할때면 어김없이 호상이아저씨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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