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계시는 아버지를 거의 독박으로 돌보고 있어서
82에도 몇차례 속풀이 글을 올린적이 있지요~
며칠 전에도 또 아빠한테 다녀왔어요.
말하는 것도 좋아하고 여전히 젊은 시절의 따지고보면
그리 엄청나게 대단할 것도 없는 본인의 삶을 쉬이 내려놓지 못하는
그런 분이시라 만나면 늘 하고 싶은 말도 ,
가르치고 싶은 것도 많은 분입니다.
그러니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당연히 우울증 타령을 시작하십니다 ㅋ
이번에도 어김없이 야외로 드라이브 하던 도중에
경치좋은 야외 까페에 앉아서 풍경도 좋고 바람도 솔솔
아, 가을이다 싶은게 집에서 들으면 짜증나던 아빠의 끊길 줄 모르는 이야기가
밖에서 들으니 여유있게 들어드릴 힘이 생기더라구요~
초가을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데
커피 한잔 앞에 놓고 주변을 휘휘 둘러보시던 아빠가
이런 데는 젊은 청춘 남녀들이 오는 곳이구나... 하십니다.
(사실 대부분 중년이상의 가족단위 손님이 많았지만
아빠 눈에는 그나이도 청년이었나봐요 ㅋ)
그러면서 나는 이런 걸 소설 속에나 있는 일인줄 알았지
내 청춘에는 없던 일이다... 하시네요.
돈이 없어서 돈만 생기면 책 한권이라도 더 사보려고 노력했지
한가롭게 연애를 하고 여자랑 차를 마시는 데이트는 상상하기
어려웠다는 뜻입니다.
저희 아빠 90 연세에도 잘생겼다는 칭찬을 듣는 분이고
젊으실 적엔 정말 미남이셨어요.
그런데 그 잘난 얼굴을 갖고도 돈이 없어 데이트는 소설 속의 이야기였다는
말에 듣는 저도 울컥.
아빠도 말하다보니 울컥하셨었나봐요.
나는 평생 살면서 잘못한 일, 죄를 꼽으라면 가난하게 태어난 죄밖에는 없다... 하면서
(물론 그것이 유일한 죄는 아닙니다만...ㅋ 평생 나름 정직하게 원칙대로
살아오신 분이라는 건 인정하기엔 그밖에 많은 공과는 저도 잠시 눈감아드림)
그 연세에도 포기하지 못한 젊을 적 꿈을 눈시울이 빨개진채로 말씀하십니다.
돈많은 이병철이도 한번도 부러워본적이 없지만
반기문처럼(반기문씨가 롤모델이라는 사실 너그럽게 이해하시길~)
세계를 누비면서 호령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예나 지금이나 귀가 닳게 들은
서울갈 차비만 있었어도 00대(본인이 나온 지방의 한 대학) 는 생각도 안하고
서울대를 갔을 거라고...
그 놈의 학벌주의를 여태 포기하지 못하셨구나
참 대단하시다~~ 싶으면서도 그 모습이 아버지 돌아가시고도
두고두고 남을 것 같아 마음이 아리더라구요.
죽음을 목전에 둔 90넘은 연세에도
제가 나름 그럴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인생 말년의 회한이 아니라
학벌이니 출세니 하는 세상의 잣대를 버리지 못하시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날이었어요.
지금은 아, 지겨워~~ 싶은 모습도
몇년 후면 두고두고 떠오를 그런 어느 날의 풍경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