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혼자 처음 짜장면집 갔던날.

점심에 짜장을 시켜먹고 또 문득 생각나서

써봐요.

70년대 초반생 상도동

노량진에서 올라오면 사거리에 상업은행

(지금 kb은행) 윗길 언덕배기에 살았어요.

언덕배기 위로 올라가 왼쪽엔 상도 시장이 있었죠

5살때  동네  친구가 길건너 시장에 짜장면 먹으러가자하는거에요.

그 친구네 집이 봉재공장을 하고 있어서 직원들 밥 대먹는 중국집 식권이 있었거든요.집친구 집으로 가 선반위 바구니에 가득 든 두꺼운 회색종이로 된 식권을 하나씩 손에 쥐고

그야말로 5살 꼬마들의 대 모험이 시작된거에요 ㅎㅎ

엄마나 언니가 갑자기 나타나 집에가자 훼방놀까 마음이 급해져

둘이 손 꼭잡고 날듯이 시장통 중국집으로 뛰어갔죠. 큰길(어릴땐 찻길을 큰길이라도 했어요)도 아슬아슬 건너서.

낮이어도 어두컴컴해서 노란전구 불빛만 기억나는 그 시장골목을 지나 중국집에 다다르자 막 가슴이 터질것 같은거에요. 

이상한 흥분감, 혹시 거절당할까 걱정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점심시간은 지났는지

아주머니, 아저씨, 배달부로 보이는 아저씨

셋이 홀 탁자에 앉아있다 우릴 보더니

깜짝 놀라 엄마도 없이 어떻게 왔냐며 기분좋은 호들갑을 떨며 우리 앞에 눈을 맞추려

쪼그려 앉았을때 심장이 불걱불걱 ㅎㅎ.

그땐 아이들이 이집 저집 골목에도 강가 돌멩이 만큼 흔하고 많아서 귀여워하기 보단 남의 애들 시덥잖고 귀찮아 하던 시절이라

집에 가라 거절 당할까봐 로봇처럼 식권을 척 내밀었더니 아~ 하시며 까르륵 까르륵 웃으시며

아저씨랑 아줌마가 우리를 안아올려

식탁의자에 앉혀 주시는데 우리가 너무 작아서 의자 중간에 발이 겨우 떠 있는거에요.

짜장면이 나올 동안 연신 이마를 쓸어주시는데 우리 둘이 서로 마주보며 우리가 결국 해냈다는 성취감에  어깨가 으쓱으쓱하고 콧구멍에선 씩씩 더운김이 나오고 신나고 좋아 죽~~겠는데  나오는 웃음을

입술을 우물대며 누르고 짐짓 의젓한척.

고작 5살쟁이들이요.

드디어 짜장면이 나왔고

나만을 위한 온전한 한그릇에 또 감격!

짜장면 맛은 기억도 안나요.

돌아오던 기억도 안나요.

5살짜리 둘이 짜장면 먹으러갈 결심, 실행, 성공, 성취 이 기억이 50평생 가장 신나고 흥분됐던 성공의 기억이네요.  

 

 

최근 많이 읽은 글

(주)한마루 L&C 대표이사 김혜경.
copyright © 2002-2018 82cook.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