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치매의 단계

사랑하는 우리 엄마. 저는 멀리 떨어져 살아서 전화만 매일 하고요.

처음 시작은 같은 말 무한 반복이었어요. 한번은 러시아 여행을 다녀오셨는데요 거기서 겪은 일을 30분동안 열심히 얘기하시고는 30분 지나니까 CD가 다 돌아가고 나서 track 1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이 똑같은 얘기를 똑같은 디테일로 다시 30분 반복하셨어요. 그 때 엄마가 치매라는 걸 알게 되었고 병원에서 진단받고 약 드시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 다음 단계는 참담하네요. 말을 안 하세요. 가장 사랑하는 딸이었는데. 전화하면 나 없다고 해 그러고 전화 받기를 피하세요. 여름휴가는 엄마 집으로 갔는데 잠만 주무시고 말씀을 안 하세요. 아무런 소통도 없이 밥만 해드리고 왔어요.

그리고 이제 그 다음 단계가 왔나봐요. 2주만에 처음 전화를 받으셨는데 굉장히 화를 내시면서 도대체 할 말이 뭐냐고 빨리 하고 끊으라고 하시네요. 엄마 나 안 보고 싶으셨어요? 물었더니 보고 싶었다, 됐냐, 이제 끊어, 하고 끊으시네요. 유난히 각별한 모녀관계였는데 정을 끊는다는 게 이런 건가봐요. 너무 슬프고 이 다음은 뭔지 두려워요. 부모님이 치매였던 분들 저와 비슷한 수순을 겪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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