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오늘부터 정리 들어갑니다. 91일째

함께 사는 강아지가 나이가 많이 드니 여기저기 자주 아픕니다

처음 데려올땐 제가 철이 없어서 맛있는 거 주고, 같이 자고, 대소변만 치워주면 되는 줄 알았어요

한참 지나서야 매일 산책 가야한다는 것도 알았고, 반려동물에 대해 배워가며 키울만 해지니 이제 너무 늙어 버렸네요

이틀동안 설사를 심하게 하더니 어제는 밤새 숨을 헐떡이며 제 살을 맞대지 않으면 불안해 해서 방금까지도 침대에 같이 누워 있었습니다

사료에 약을 섞어 줬었는데 설사로 금식하게 되니 약을 못먹어 더 힘들어 하더라구요

새끼 강아지도 귀엽단 생각보다 무섭단 생각이 앞서던 저였는데 이 녀석과 어찌저찌 같이 살게 되면서 동물도 사람과 하나도 다를게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녀석은 너무 고마운 존재예요

 

제가 화장실 가는것조차 불안해 하며 낑낑대는 걸 보며 제가 이 녀석에게 어떤 존재일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주인이 없으면 굶을수 밖에 없고, 아무 것도 할수 있는게 없으니 주인에게 절대 복종하는 걸까요?

아니면 이 녀석에게 주인은 모든 걸 해줄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절대자 같은 존재일까요?

아프다고 낑낑대며 저를 쳐다보고 있어도 제가 아픔을 해결해 줄수 없다는 걸 알고 비로소 절대자가 아니었단걸 깨달을까요?

2키로 밖에 안되는 몸으로 매일 가족들 안부 확인하던 귀염고 든든한 강아지였는데, 지금은 자기를 이뻐하던 가족중 반이 멀리 떠나 있어 얼마나 그리워하며 살고 있는지 알수가 없습니다

추석때 애들이 오면 하루가 다르게 팍팍 늙어가는 강아지 보며 대성통곡할거 같은데 이 녀석은 자기가 안부 챙기던 애들이 왜 우나..어리둥절해 하겠죠

조금씩 이별을 준비해야 할 때가 다가오는것 같은데 남은 시간동안 뭘 어떻게 해주는게 가장 좋은 일인지 알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제가 정리를 시작하게 된 것도, 최대한 집에만 머무를 일을 찾다보니 하게된 것도 같습니다

이것도 이 녀석에게 감사할 일입니다

 

오늘은 우리 강아지와 하루종일 살을 맞대고 있어주고 싶어 청소나 정리는 조금도 하지 않았습니다

굳이 정리하겠다고 정신을 다른데 두면서 이 녀석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길냥이 밥 챙기러 나가면서 이 아이들 데리고 나가서 맑은 공기 마시게 해주고 산책도 조금 하게 해서 오늘 밤은 푹 잘수 있길 고대해 봅니다

제가 글 올리면서 신경을 딴데 쓰고 있으니 자기 신경 쓰지말라고 구석으로 들어가버리네요

동물은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걸, 더 나아가 존재하는 모든 것이 사랑 그 자체였다는 걸 이 녀석을 키우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어두워지기전에 나가봐야 겠네요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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