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아줌마의 나홀로 하루 여행 - 공주 -

길어요^^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아침 8시 버스

공주는 기차보다 버스가 도착해서 돌아다니기 편하고 서울에서 한시간 반 정도라 부담없는 편이죠 

그동안 내키는대로 수시로 서울 여행, 안양, 용인, 속초, 강릉 등 혼자 돌아다니는 재미에 빠져있던 차에 초등 때 가본게 전부인 공주가 갑자기 땡겨서 실행에 옮겼죠 

가는 내내 버스좌석이 마사지체어로 변신, 드드드 ~ 헬스장 진동벨트같은 모션에 나도 모르게 잠이 솔솔 ㅎㅎ

잘만큼 잤는지 절로 눈이 떠져 보니 공주시 차령휴게소가 보임

응? 차령? 왜 잔든건이 생각나지? ㅋㅋ

 

 

 

1. 금강 물길따라 자전거 타기

터미널에 내려서 한 블럭만 걸으면 바로 코앞에 금강이 흐르고, 건너편에 짙푸른 초록 사이사이로 공산성 성곽이 하늘로 오르는 용처럼 산을 타고 있고, 언덕 꼭대기에 공산정이 떡하니 자리잡았는데 캬~ 멋지네요 

자전거를 사랑하는 저는 아침 전반전은 금강 일대를 따라 자전거로 탐색해 보기로 하고 강가에 있는 자전거대여소로 갔어요 

신분증만 보여주면 무려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줍니다^^

자전거도 튼튼하고 기어도 작동되고 안장도 조절되는, 상당히 관리가 잘된 자전거라 계탄 기분~

달리고 달리고 아이 시원해라.. 강물은 유유히 흐르고 윤슬이 반짝반짝, 모래섬엔 왜가리들이 날개를 쫙펴고 날아다니는데 폭이 거의 제 키만해서 놀라고 ㅎㅎ 건너편은 초록이 뒤덮은 산과 들

그 넓고 평화로운 자연 풍광 한가운데 저 혼자 달리니 온세상이 다 내것 같은 생각에 룰루랄라 마구 달립니다 

이 좋은 곳에 사람이 없다는 것에 놀라면서 (서울의 빠글복잡한 한강변 자전거길을 생각하니 고개가 절레절레)

달리다보니 어느덧 석장리 구석기유적지에 도달 (여기까지 편도로 6km), 유적은 최근에 많이 본지라 여기서 턴~ 자전거대여소로 빠꾸~

 

이번엔 반대쪽인 왼쪽으로 달리면 금강에서 정안천으로 갈라지는데 천변치곤 아주 깨끗하고 멋스럽게 정도해놔서 자전거타기 좋아요 

하천변을 돌을 쌓아 정리해놔서 성곽 주변의 해자 느낌도 나고, 연꽃군락지도 있고, 밤송이가 다닥다닥 붙은 밤나무들도 줄지어있고.. (맞다 여기 공주지~)

편도 5km 정도 달리니 메타세콰이어 길이 나옵니다 

손잡고 온 부부, 어린 아이와 함께 온 엄마, 나이든 엄마와 딸, 혼자온 아줌마 몇명...

호젓하고 시원한 나무 그늘 길을 천천히 걸으니 서울의 시끄럽고 복잡함이 신기하게 기억이 안나요

조용하고 평화롭다 못해 나른한 분위기... 놓치지 않고 즐겼습니다

그렇게 2시간 넘게 자전거 라이딩을 하고 후반전을 뛰러 금강을 건너갑니다 

 

2. 밥집

82에서 공주 맛집을 검색하니 꽤 되던데 풀떼기를 좋아하는 제가 고른 집은 '자연에서 온 비빔밥'집!

원래는 비빔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가면서 '알밤묵무침'이 대표메뉴라는 소리를 들어 맘바꿔 시켜봤어요

태어나서 처음 먹는 '알밤묵'인데 완전 맛있네요!

사실 저는 '알밤 (도토리)묵무침'인줄 알았는데 '알밤묵 무침'이었다는.. (띄어쓰기의 중요성 ㅎ)

주인 아주머님과 이얘기 저얘기 하며 맛있다고 칭찬도 마구 날리고.. (아주머님이 서비스로 밥도 주신다는 걸 배불러 사양 ㅠ) 한접시 싹 비우고 불러오는 배를 안고 바로 앞 공산성으로 가서 소화시킴

 

3. 공산성

정오를 넘기니 여름의 꼭지점은 지났지만 햇살은 여전히 따가워 그늘이 아닌 곳은 점점 더워졌어요

그런데 공산성에 들어서니 산길이 얼마나 시원하던지...

울창한 나무 그늘 사이로 사람도 없고 사이사이 금강과 공주 시내도 내려다보며 여유있게 걸어올라갔어요

꼭대기 전망대에 오르니 세상이 내 품안에~

마침 죽마고우인듯 장난스럽게 대화를 나누던 할아버지 세분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시다가 저를 보고 약간 주저하며 사진을 부탁하시더라고요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도 나고 그 연세에 친구들과 함께 다니시는 것도 좋아보여서 그 추억이 오래 간직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여러 각도에서 찍어드렸더니 좋아하시네요^^

잠시 의자에 앉아 쉬는데 공주의 옛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공주 거주민들 아니면 알 수 없는...

그김에 제 궁금증에 대한 해답도 몇가지 받고는 금강변의 가파른 성곽길을 걸어내려와 다음 장소로 이동

 

4. 커피 타임

공주에 멋진 카페가 많은데 제가 간 곳은 '로컬 카페'라는 곳이예요

공산성 앞 광장에 무령왕릉 연문이라는 벽돌을 쌓아 만든, 자체가 유적인 두개의 아치문을 지나 다리를 건너 언덕배기를 타고 넘어 꼬불꼬불 들어간 곳에 있었어요 (야간엔 더 더 멋있다는 기사분 말씀!)

한옥을 개조한 카페인데 한옥의 틀을 그대로 살리고 담백하고 여백이 있는 인테리어가 제 맘에 쏙~

벽도 유리로 시원하게 뚫고 투박한듯 그러나 심지곧은 듯한 장식없는 디자인의 탁자, 의자에서 소박한 앞마당의 대나무 울타리 앞 맨드라미들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어서 좋았고, 커피도 맛있었고, 실내 한쪽에 달항아리에 꽂힌 마오리 소포라의 가느다란 가지와 점찍은듯한 잎사귀, 벽 한귀퉁이에 토분과 마른 가지 등.. 분위기 있어요 

그리고 수박색 철제 쟁반에 유럽 스타일 잔에 담긴 커피를 마시고 있자니 살짝 구한말시대의 고풍스러움이...

 

5. 황새바위성지

커피를 마시고 황새바위성지를 마직막으로 보려고 서둘러 나왔어요 

돌계단 끝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는 좁은 돌문, 예수님의 무덤을 현대식으로 재현했다는 무덤경당은 꼭 가보고 싶었거든요

버스 시간이 있어서 조급한 마음에 길을 찾는데 동네가 아기자기 낮은 집들에 간판도 별로 없어 방향을 모르겠더군요

마침 지나가는 초등남학생 둘이 있길래 길을 물었더니 그중 한명이 자기가 너무 잘 안다며 안내해 드리겠다고 하는거예요

친구네 놀러가는 것 같아서 아니라고 아줌마 혼자 가보겠다고 했는데도 자기네는 방과 후에 거기서 잘 놀아서 자기가 더 잘 알고 이동네는 넓지 않아서 거기 갔다가 가도 된다고 한사코 주장하길래 고맙다고 하고 같이 제민천을 걸으며 이얘기 저얘기 했어요 

포동포동 귀여운 아이는 이렇게 무령왕릉에서 체험학습하고 성지에서 뛰놀고 금강 물가에서 노는구나... 부럽기도 하고

공주시장 앞으로 해서 다리도 건네주고 끝까지 열심히 안내해준 아이에게 고맙다고, 아줌마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인사하고는 열심히 걸어 성지에 도착

돌계단 헉헉 오르며 나중에 여유있게 돌아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새로운 생각도 해보고 이미 있는 생각은 퍼내어 버리기도 하면서...

특히 무덤경당 체험은 아주 특이하고 인상적이었어요 

 

 

 

마무리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간절기는 그만의 텐션이 존재하는 시기인가 봅니다

짐싸서 가는 자의 후련함과 아쉬움, 짐싸서 들어오는 자의 설레임과 의욕 충만이 공존하는 듯한...

얼핏 여름이 보이고 얼핏 가을이 보였던 충남 공주

조용하고 잔잔하고 순박하고 친절했던 동네와 사람들

다 둘러보지 못해서 미련이 남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 같아요 

남겨둔 것들을 언젠가 볼 생각으로 마음을 열어두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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