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이혼 일년이 지나고

결혼 26년차 작년 이맘때쯤 서류정리까지 끝냈더랬죠.
23번쯤의 결혼기념일은 소소한 데이트로 보냈었는데
첫번째 이혼기념일(?)은 다이어리에 표시해 놓지 않아도 몸이, 마음이 귀신같이... 무겁게 보냈습니다.

코로나가 시작되던 시기,
전 남편을 소울메이트라 여겼던, 세상 떠나는 날까지 동반자일거라 의심하지 않았던 저에게 고통의 날들이 시작되었습니다.
상담, 정신의학과, 별거 그리고 서류정리로 이어졌던 지난 몇 년,
하루하루 통곡하며 '차 사고가 나서 이대로 사라지면 좋겠다', '내일 아침에는 눈을 안떴으면 좋겠다'  힘겹던 날들을 뒤로 하고
이제는 가끔씩 눈물 조금 흘리고, 그저 '사는 게 재미가 없고 기운이 없구나' '힘을 내서 잘 살아보자 다짐하지만 힘이 정말 잘 안나는구나'... 까지 왔으니 친구들도 스스로도 참 수고가 많았다 합니다.

저는 아이가 없고, 일을 계속 해왔고,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은 아니지만,
부모보다 더 믿었던(특별히 믿음직한 사람이어서라기 보다는 많은 것을 함께 했었던 부부였었기에) 사람에게 받은 상처와 배신은
사랑따위는 둘째라쳐도 사람이라는 존재를 믿지 못하게 했고, 삶 자체에 굉장한 회의감을 주었습니다. 
끝날까지 용쓰고 살아내는 게 의미없고 가치없고 수고스럽게 느껴져서 그만하고 싶은 뭐 그런... 
아주 깊은 심장의 쓰라림? 묵직한 고통... 이런 것이 온전히 회복되고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소소하게 맛있다, 행복하다 느끼는 날들이 다시 올지는 모르겠습니다. 

게시판 많이 읽은 글에 이혼을 후회하냐는 게시물을 보고 글쓰기를 시작했어요.
전 남편을 만난 것, 그와의 결혼, 결혼생활, 결론적으론 근거없었던 그를 향한 신뢰와 믿음, 사랑에 관한 순진한 환상 등등 상담선생님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멈출 수 없게 곱씹고 후회하는 것이 정말 많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제 이혼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한번도 이혼은 후회하지는 않았습니다.

유튜브에서 이혼을 많이 다루는 변호사님은 '결혼은 신중하게, 이혼은 신속하게'를 강조하시지만
저는 결혼은 신중하게(어릴 때는 아무리 신중해도 볼 수 없고,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죠)
이혼도 신중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왠만하면 참고 사는 것이 맞다는 의견은 전혀 아니고,
겪어야할 아픔과 고통은 어찌해도 피할 수 없는 것이니
쏟아지는 비를 맞아내며 무겁게 한걸음한걸음 움직여야 
후회가 없거나 적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
내년쯤에는 이혼 2년 이제는 조금 행복해요 라는 글을 적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지금 힘드신 분들... 마음 너무 아프지 않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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