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황당한 ‘전문’ 번역가

지금 재미난 책을 한권 읽고 있습니다

내용은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책인데, 저자가 논리를 아주 물 흐르듯이 잘 써서 쉽게 따라가며 읽고 있습니다

원서 자체가 아주 쉽고 명확하게 쓰여있고 어려운 단어 많지 않아서 원서와 번역서를 둘다 나란히 놓고 쉽게 쉽게 슬렁슬렁 보고 있습니다

대충 원서로 내용을 잡는데, 애매하게 파악되는 부분만 번역서를 참고해서 이해하고 넘어가고 있어요

 

번역자의 단어 선택이나 문체가 마음에 들지 않고 원서와 톤과 매너가 사뭇 다르지만 그정도는 대충 넘어가면서 보는데 기함할 대목이 나오더만요

번역서에 (중략)이라 되어있더군요

원서를 다시 보니 중략에 해당하는 문구는 당연히 없고 그 중략 부분에 해당하는 서너줄이 통째로 번역 안된채로 없어졌더구만요

 문제는 몇장 더 뒤에 번역자가 임의로 빼먹은 것인지 아님 실수로 빠진 건지 단정하기 어렵지만 역시 또 한 구절이 번역없이 빠져 있구요

 

웃기는 게 뭐냐

제가 왜 번역서를 봤겠어요?

그 대목이 애매하고 긴가민가 해서 본건데 번역자도 딱 그대목을 날려 버렸다는 거!!!

 

그래서 책 날개에 쓰여진 번역자 이력을 봤더니 출판사 편집부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험을 토대로 현재 번역 에이전시에서 출판 기획 및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는군요

책날개에 씌여진대로 고대로 옮겨온 겁니다

 

아니 전문 번역가가 뻔뻔하게 원문을 맘대로 중략하고 구절을 빼놓고 번역을 한답니까?

우와, 기절 초풍할 뻔...

 

우리나라 번역시장이 열악한 줄은 알았지만 이런 실력으로도 '전문' 번역가 타이틀 걸고 일하기도 하는구나 싶어서 엄청 비웃고 있는 중입니다

초벌번역도 이렇게는 안할텐데...

 

감수한 사람은 뭘 감수했나 싶기도 합니다만, 감수자가 줄마다 비교하면서 감수하지야 않았겠죠

 

이 책, 제법 유명한 책인데 참 웃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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