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오늘부터 정리 들어갑니다. 84일째

3일이나 정리글을 못올렸네요

오늘 아침 친정부모님과 약속이 있어 열시쯤 모시러 갔더니 엄마가 그때까지도 챙기지 않고 뭐뭐하느라 정신 못차렸다, 어쨌다 늘어 놓는데 좀 짜증이 올라 오더라구요

엄마는 늘 정신 없어서 뭘 못했다.를 입에 달고 사셨어요

청소 안하고 어지러운것도 정신없어서 약속 시간 늦는것도 정신 못차려서,,이걸 핑계라고 늘 입에 달고 사시니 오늘은 제가 한마디 했어요

나는 평생동안 엄마가 정신없다고 하는 소리만 듣고 살았는데 듣는 사람도 같이 정신 없으니 다른 사람이 듣기에 편한 말을 골라서 하시라구요

그랬더니 엄마는 자식도 많이 낳고 돈이 없어 쪼들리게 살다보니 그런거라며 니가 엄마 맘을 알겠냐고 하시더라구요

자식은 하나를 낳았던, 열을 낳았던 부모 손 떠난지 몇십년이고 돈에 쪼들린것도 애들 한참 키울때 얘기인데 왜 아무것도 걸릴게 없는 지금까지도 정신을 못차리냐고, 설사 정신 없더라도 그건 속으로만 생각하고 입밖에 내지 말라고 했습니다

말이 얼마나 사람을 피폐하게 하는지 80평생을 살아도 못깨달으시더라구요

잘 사는 친구들하고만 비교하면서 평생 고생만 했다고 하시는 엄마가 저도 진짜 고생만 하신 줄 알았는데 살아보니 그건 자기연민이고 자식과 남편에게 행하는 가스라이팅이었어요

이모들 중에서도 제일 편한 남편 만나 살고 있고 사위들 중에서도 아버지만한 사위가 없다는 걸 알면서 엄마는 본인이 너무 잘나서 아주 잘난 남편을 만났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생각하시는거 같았습니다 

저는 다 늙은 부모님께 싫은 소리해서 뭐하랴..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지만 평생 잘못된 생각때문에 불만족스러운 삶을 살았다는 걸 알아야 마지막 몇년이라도 편하게 살수 있게 해드리는게 아닐까 싶어 한마디씩 하게 됩니다

그리곤 조금 오랫동안 화가 가라앉길 기다려야 합니다

대체 아무것도 몰랐던 자식에게 얼마나 많은, 잘못된 생각과 신념과 행동들을 가르쳤던 것인지, 그게 잘못된 것인지를 깨닫기까지 겪었던 시행착오와 아까운 시간들..

이런저런 생각에 괴로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리곤 다시 마음을 고쳐 먹지요

이런 부모님을 만난것도 내 운명이며 인연이고 그동안의 삶도 인연따라 살아온것, 모든 순간들은 인연에 맞게 완벽하게 잘 굴러간것이라구요

모든것이 잘못된거 없이 완벽했다는 생각에 이르니 정신없는 엄마 모습 그대로 좋아보입니다

평생 무뚝뚝했던 아버지도 최선을 다해 사셨다는게 느껴집니다

우리 모두는 그 자리에서 할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3일동안 정리한게 없어서 글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처음 경험한 일도 있어서 깜빡하는 사이 3일이나 지나버렸습니다

지금도 아버지가 찾으셔서 서둘러 글 마치고 나가봐야겠습니다

 

우리 모두 완벽한 삶을 살고 있다는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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