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저는 비관주의자에요

사실, 그렇게 딱! '비관주의자' 범주에 찰떡같이 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난관과 비관의 비중을 볼 때 비관이 더 넓고 깊어요.

잠깐 보면 유쾌발랄 하지만

심중으로 깊이 들어가면 넓은 잿빛지대가 나오죠.

저에게 있어서

인생은 고통이 일상이고, 불확실성이 있으며, 지속적으로 노력해도 힘든 여정이에요

(넷플릭스 '스터츠'에 나온 말이 딱 내맘이라 인용했어요)

 

이 비관주의가 나름 살아가는데 유용합니다 의외로.

미리 준비하고요, 

고통이 다가왔을 때 why me!! 하면서 분노하거나 원망하지 않아요.

그보다는 '어쩔 수 없지'가 강해요.

또 왔구나 하면서 존버하며 통과하죠.

잿빛 바탕이다 보니까 아이러니하게도 기쁨 몇 방울이 똑똑 떨어지면

금방 선명하게 티가 납니다.

저는 작고 짧은 행복감을 자주 느끼는 편이에요.

행복이 올때 저항하지 않아요

슬픔에 종종 빠지기도 하지만

운전대 잡고 라디오에서 감미로운 음악만 나와도

금방 마음이 감동돼요. 아, 이런게 다 공짜라니 왠열..하면서요.

이 힘든 세상에 길가 잡초만 보아도 기특하고

유아를 보면서도 너도 참 살아내느라 애쓰는구나..해요. 

 

며칠 전에는 중요한 스피치가 있는 날인데 오전부터 가정사에 휘말리며

너무나 다운되는 거에요.

아, 이 강의(수강생이 있어서 좀 업 시켜야 하는 부분이 있죠) 우짜노 싶었는데..

의외로 차분하게 진행한 것이

조증의 에너지로 파워풀 했던 것보다 더 나답게 잘한 것 같은 느낌에

깜놀했고, 뿌듯했어요. 실수도 적었구요.

우울함도 쓸데가 있어 하면서 만족스러웠어요.

 

얼마전 이동진 팟캐 들으며 나온 이야기로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긍정주의자들은 죽음을 너무 부정적으로 본다'

맞아요.

저같은 회의주의자, 비관주의자는

죽음도, 상실도 다 배울 것이 없고 아름다움과 재미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겁나지 않아요. 

오히려 아픔, 상실에 데인 것처럼 놀라며 그걸 억지로 미화하려고 애쓰는 분들을 볼 때,

상실과 고통은 우리 친구인데 뭐 저리 피하려고 애쓰지? 합니다.

 

오늘같이 촉촉한 날 기분도 톤 다운 되며....나쁘지 않아요.

목소리도 차분해지고, 

따뜻한 차 한 잔 두고 좋은 사람과 잠깐 대화하고 싶은 날입니다.

현실은 가까운 곳에 친구 없음

 

이상 '슬픔이(제 지배적 정서는 슬픔입니다)'의 반나절 일기였슴다

 

ps. 참, 전 힘든 감정이  몰려올 때 거기에 천착되지 않도록

나름 많은 애를 씁니다. 자학은 정말 파괴적이더라고요. 

그렇게 보면 부정을 밑바탕에 깔고

일상은 긍정+부정으로 살아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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