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그리운 맛 홍옥

중학교 3학년때 연합고사를 앞두고 야간자습을 하던 때였어요.

같이 다니던 친구가 있었는데 공부도 잘하고 착한 친구였는데 집은 굉장히 가난했었어요.

교복을 입던 시절이어도 희한하게 빈부의 차가 눈에 보였어요.

교복의 색깔, 낡은 정도 그리고 여러가지 면에서 다 보였었죠.

그 친구랑 늘 같이 다녔는데 저희집은 좀 넉넉한 편이라 가끔 분식집에서 간식을 사주기도 했어요.

전 진짜 아무생각 없었는데 그 친구는 그게 좀 미안하다고 생각을 했나봐요.

어느날은 라면봉지에 싼 아주 작은 홍옥을 여러개 가지고와서 먹으라고 하더라구요.

싫으면 안먹어도 된다고... 

그래서 하나만 먹겠다고 하고 입에 베어 문 순간.... 아.... 너무 달았어요.

즙이 입안에서 새콤함과 달디단 맛이 팍 하고 터지듯 쏟아지는데 이때까지 그렇게 단 사과는 처음 먹어보았어요.

그래서 나도모르게 남은 사과까지 흡입하듯 먹어버렸거든요. 

그걸 보는 그 친구의 표정... 잊혀지지가 않아요. 정말 행복하고 뿌듯해하는 얼굴로 기뻐하더라구요.

그 이후로도 그 친구는 홍옥을 자주 싸왔고 전 또 맛있게 먹었었지요

나중에 그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자기가 가져온 홍옥을 맛있게 먹어줘서 너무 좋았다고 고마웠다고.

 

세월이 흘러 제 인생에도 금전적인 풍파가 찾아와 많은 일을 겪고 나니 그 아이의 기분을 나도 느낄수 있었어요. 죄지은것도 아닌데 위축된 느낌.. 얻어먹어도 편치않은 느낌..

그리고 내가 준 조그만것에 기뻐하는 누군가가 고마운 그 느낌을 알겠더라구요.

 

가을이 되면 그때 그 홍옥맛이 그리워집니다.

근데 어디에서도 그맛을 느낄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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