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저는 식은밥 아니고 눌은밥 이야기에요

친정어머니기 밥 하면 윗밥은 아버지랑 남동생 걸 뜨고 나서 당신과 제 몫은 눌은밥 섞어 뜨시곤 했어요.

경상도 농촌 출신이라 이런 사소한 차별은 차별로 인지도 못하신 분ㅠㅠ

저도 당시는 참고 먹었지만 눌은밥을 싫어하게 되어서 제가 독립해 밥 하면서부터는 냄비밥도 절대 안 눌려요.

문제는 결혼해서 시댁에 처음 갔는데 시어머님이 또 윗밥 살살 섞어 아버님과 아들들 밥부터 푸시더라구요. 그리고 눌은밥 섞은 걸 푸시는데,

자동반사처럼 "어머님 이건 이머님밥인가요? 왜 눌은밥을 드세요?" 여쭸어요.

어머님이 겸연쩍게 웃으시며 "난 원래 눌은밥을 좋아한다"고 하시길래 솔직히 말씀 드렸어요.

"저는 눌은밥 싫어해요. 어릴 때 친정에서 딸이라고 눌은밥 줘서 그때부터 싫어했어요."

눌은밥이 진짜 맛있어 드시는 거면 사랑해마지 않는 아들들 밥에 한 알이라도 들어갈까 조심조심 하셨을까요ㅠ

암튼 그 이후로 시댁에서도 저한테 눌은밥 안주시고 밥 많이 해서 어머님밥도 안눌은 걸로 드실 때가 많았어요.

나중에 제가 잡곡 콩 푹 익도록 밥 해도 절대 안눌는 전기밥솥 시댁에 사보냈구요. 어머님도 물론 안 눌는다고 아주 좋아하셨어요ㅋㅋ

그런 희생이 잘 하는 일인 줄 알고 사시고 딸과 며느리한테도 대물림하려고 하셨던 우리 어머니들... 오래만에 떠올려보니 아련하면서도 착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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