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오펜하이머에 대한 생각

오펜하이머라는 영화가 8월 15일에 맞춰 오늘 개봉하네요.

 

놀란 감독은 영화를 보기 전에 일단 오펜하이머라는 인물과 당시 양자역학이 태동했던 주변 상황에 대해 다큐멘터리를 먼저 보면 영화를 더 잘 볼 수 있다고 말한 것 같아요. 오펜하이머 다큐멘터리는 쿠팡플레이에 올라와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원폭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고 논란이 좀 된 것 같던데 다큐에서는 그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요. 오펜하이머가 골초라서 결국 식도암으로 죽었는데 죽을때까지 선량한 피해자들이 수십만명 단위로 발생한 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심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오펜하이머는 캠브리지 대학에서 물리학 공부하면서 실험에 재주가 없어서 잘 적응하지 못하고 극심한 좌절과 우울증을 겪었었는데 결국 독일로 가서 막스 보른에게 이론물리학을 공부하면서 재능을 꽃피우게 됩니다. 막스 보른은 파동함수의 제곱이 확률밀도함수가 될거라는 추정을 한 사람인데 이것은 양자역학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하였고 노벨물리학상도 받았습니다.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영국 국적도 가지고 있었고 얼마전 타계한 호주 출신 유명한 팝가수 올리비아 뉴톤 존의 외할아버지 입니다.

 

아무튼 20세기 초반은 양자역학의 태동으로 일종의 과학적 혁명이 몰아치던, 인류 지성사에 엄청난 발전이 자고 일어나면 이뤄졌던 시기인데, 그 시기가 1, 2차 세계대전과 함께 하였다는 것이 참 역사의 아이러니 같네요. 이러 저러한 내용들을 미리 알고 가시면 영화 감상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저도 영화는 아직 못봤습니다. 나중에 볼거에요. 쿠팡플레이에 올라온 오펜하이머 다큐멘터리를 어제 보았는데 간단한 소감을 적어봅니다.

 

결국 인류가 만들어서는 안되는 폭탄을 만들었는데 그때 상황으로 돌아가보면,
1) 나찌 독일이 핵분열이 가능하다는 것을 먼저 알고 있었다.
2) 그저 알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하이젠베르크라는 천재가 그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있었다.
3) 독일이 먼저 만들면 세상은 히틀러 천하가 된다.
4) 이미 나찌의 반유대주의를 피해 아인슈타인, 한스베테 등 천재급 유대인 물리학자들이 대거 미국으로 온다.

5) 오펜하이머는 핵분열이 발견되었다는 사실과 이미 잘 알려진 아인슈타인의 E=mc^2 의 의미와 유대인으로서 히틀러의 파시즘의 위험을 즉각적으로 동시에 파악할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

6) 다행히 하이젠베르크가 핵폭탄을 만들기 전에 독일이 패망하였다. (나중에 알려진바에 따르면 핵폭탄 개발에 거의 근접했었다고 합니다. 네, 노벨물리학상 받은 불확정성원리의 그 하이젠베르크 맞습니다. 브레이킹 배드의 월터 화이트가 멋있어 보이기 위해 택한 가명 하이젠버그의 그 하이젠베르크)

 

여기까지 상황이었으면 나찌 독일이 핵폭탄을 손에 쥐는 끔찍한 위험은 제거되었겠지만,

7) 그래도 맨해튼 프로젝트는 계속되었고 결국 만들었다.

8) 일본도 패망의 길로 가고 있었으나 절대 항복하지 않는 일본군을 태평양전쟁에서 경험한 미군은 일본 본토를 점령하는데 너무 큰 인명피해가 자명했으므로 그걸 피하고 싶어했다.

9) 더 많은 사람의 인명을 구하기 위해 히로시마의 14만명, 나가사키의 7만명 민간인의 죽음을 미국이 선택했다.

 

결국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핵폭탄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인데요.

실제로 그렇지 않아도 패색이 짙던 전쟁에서 독일이 항복선언 했는데도 일본은 항복할 생각이 없었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거대한 핵폭탄의 피해를 경험하고도 일본 내각은 3대 3으로 항복을 결정하지 못했고 결국 히로히토의 소위 성단(성스러운 결단)으로 항복을 결정합니다. 신격화된 천황이 항복을 결정했는데도 거기에 반대해서 육군대신이 15일 새벽에 자결을 하고 쿠데타 발발해서 진압하고 뭐 난리도 아니었던 상황. 핵폭탄을 맞아서 무고한 민간인이 20만명 넘게 죽어도, 신격화된 천황이 결단을 해도, 저렇게 1억 총옥쇄 주장할 정도로 미쳐돌아갈 정도였으니, 미군이 핵폭탄 없이 본토 점령 작전을 펼쳤으면 더많은 인명피해가 발발했을거라는 것은 너무 자명한 추측이 될 거에요.

 

결국 원래의 목적대로 핵폭탄이 전쟁의 종식에 기여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인데

문제는 그 끔찍한 전쟁을 종식시킨후에도 인류는 핵폭탄을 손에 들고 있게 된다는 것.

다음번 전쟁, 즉, 3차대전이 발발한다면 4차대전은 없을거라는 것. (인류 멸종 ㅠ)

그리고 무고한 민간인 20만명의 목숨에 대한 책임으로 오펜하이머는 죽을때까지 괴로워했다는 것.

 

그런데 핵분열이 인공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인류가 이미 알아버렸는데 오펜하이머가 맨해튼 프로젝트 책임을 회피하였더라도 과연 누군가 만들지 않았을까?

 

히틀러가 만약 극심한 반유대주의를 표명하면서도 뒤로는 실리를 챙겨서 한스 베테 같은 유대계 독일인 물리학자들이 대거 미국으로 이민하지 않도록 하였으면 지금 온세계는 나찌의 제3제국 통치하에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면 반유대주의를 하려면 아예 꼴통처럼 철저하게 위대한 물리학자고 나발이고 전부 반대하는 히틀러식 순혈주의가 오히려 세상을 구했네요?

 

오펜하이머 개인적인 문제로 돌아와서, 만일 내가 핵폭탄을 만들수 있는 과학적 원리를 알고 있고, 그걸 실현할 수 있도록 미 연방정부의 막대한 지원이 가능했으며, 내가 만들지 않는다면 히틀러의 나찌나 일본의 군국주의 같은 악마들이 온세상을 휘젓고 다닐 세상이 될수도 있는데, 내 손에 피를 붙히기 싫다는 이유로 그 책임을 회피할 수 있을까?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핵폭탄을 만들었다는 미사여구로 포장할수도 있지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영문도 모르고 죽은 20만명에 대해 나는 정말 책임이 없나? 아니, 이미 죽은 사람은 어쩔수 없다고 해도, 인류가 손에 쥐게된 이 핵폭탄은 도대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아 미치고 팔짝 뛰겠다 정말... 이게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이 죽을때까지 겪었던 괴로움이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모순적 상황들이 이 영화에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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