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좋은 친구에요. 베프고, 오래되었고.
원래도 좀 말이 길긴 했지만, (본인도 인정 ㅎ) 제게 고민있으면 이야기 잘 들어주기도 하고 그랬는데...
음... 40대 중반 들어설 때 즈음부터는 점점 자기 할말만 하네요. 제가 무슨 말을 꺼내면 그때마다 중간에 뎅강 잘라먹고 (ㅠㅠ)
맥락과 별로 맞지 않은 자기 얘기. 내가,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렇게 잘하고 있고, 이런 좋은일이 있었고 등등.
그친구가 한참 힘들다가 요새 좀 잘나가기 시작하는데 저는 축하도 많이 해 주고 정말 잘되었다 싶기도 해서 그친구 일에 도움도 조금 주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친구의 충분히 능력을 인정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미 알고 있는 그 친구의 히스토리나 성격에 대해서.. 성향에 대해서 주구장창 설명하고 (제가 인터뷰 하는 기자가 된 기분 ㅎ) 본인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에 대해서는 만날 때마다 똑같은 말을.. 변명처럼..(왜 그것이 안되는지를 설명..) 하기도 하고요. 제가 뭐라고 충고한것도 아닌데. 그럴 때 마다 그래 니가 잘 알아서 하겠지. 그게 무슨 문제야 라고 대답하곤 했죠.
만날 때 마다 제 고민이나 일, 근황 얘기는 거의 못하고, 물론 딱히 물어보지도 않고 듣고 또 들었던 본인 이야기 위주로 거의 듣다가만 오면 참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해요.
그친구가 요새 바쁘고 일도 잘되어 들뜨다 보니 인식하지 못하는구나 싶어서. 그래 들어주지 뭐... 이런 마음으로 만났는데 요새는 제가 몸에 이상도 있고 때문에 많이 피곤하다보니 그게 한계가 왔나봐요.
며칠전 만났을 때 참다참다 한마디 했어요. 마침 자기가 요새 자기말만 하는것 같아서 말하지 말고 들으려고 노력한다고 ...하길래 그래서 "아.. 그래 니가 좀 예전과 달라진 면이 있는것 같아. " 그게 뭐냐면 ... 이라고 말하려는 찰나에 "그래 맞아 나 많이 달라졌어~!" 라고 또 말을 끊고 들어와서 본인이 예전과 다르게 얼마나 삶과 일에서 잘 해나가고 있는지를 쭉 ... 아주 길게... 이야기 하더라고요. 그말을 듣는데 참 얘는 내가 자기의 어떤 점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는지 하나도 안궁금하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그 긴 이야기 다 듣고 난 후에 그렇게 이야기 했죠. 내가 말하려던 건 그게 아니라고.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도 계속. 듣지 않고 말을 끊고 들어오는. 결국은 끝까지 할말을 하긴 했고, 그 친구도 미안하다고, 자기도 조심하겠다고 했는데 너무나 피로감이 컸어요.
원래 그런 면이 있는데 드러나지 않았던 건지, 너무 일이 바쁘다 보니 ,,일시적인 현상인지? 혹은 노화현상일지...
참 좋아하는 친구인데 서글픈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보면 제가 그 친구에게 어떤 캐릭터를 입혀놓고 내 친구는 이런 아이야... 라고 믿고 싶었던 것일수도 있겠네요. 뭐든지, 특히 인연이야 오고, 가고 항상 변하는 거니까 깊이는 슬퍼하지 않으려고요. 아무래도 제가 그 친구에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겠죠.
그냥.. 다른데다 친구 뒷담화 하기 싫어서 82에 익명으로라도 , 간만에 남겨 봐요.
안그래도 슬픈데 악플 달리면 더 슬퍼질 예정이라 삭제할지도 모릅니다 ( 별다른 얘기도 아니지만 요즘 소심해져서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