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충동적으로 여행을 떠나봤어요^^

좀 길어요^^

 

 

 

1. 출발

아침 5시 반 기상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의 50대 아짐^^)

씻고 아침식사 후딱 준비해놓고 화초 물주고 나니 6시 10분

갑자기 바다로 떠나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 어딜 가볼까 하고 교통편 알아보고 3분만에 속초 낙점!

서울에서 가는데 강화도보다 동해바다에 더 빨리 도착 예정ㅎㅎ

후다닥 옷 입고 에코백에 카드, 현금 조금, 전화기, 비닐백, 얇은 긴팔 하나, 우산, 책 한권, 연필과 종이를 착착 담고 바로 튀어나감

현관문 열면 2호선 역이고 동서울터미널이 3정거장 거리라 바로 지하철타고 터미널 도착하니 6시 44분

속초행 버스 첫차가 7시 5분 우등, 남은 자리가 9개라 바로 구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널찍하고 편안한 의자에 반쯤 누워 2시간 10분만에 속초 도착!

오늘의 여행 목적은 모래사장 밟기와 대게 한마리 뜯기 ㅎㅎ

 

 

2. 바닷가

넘실넘실 겹겹이 나타나는 강원도의 푸른 산과 푸른 하늘을 실컷 보며 왔는데 속초에 오니 예상대로 흐렸고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너무 추워서 긴팔 꺼내 입음

날씨랑 상관없이 바닷가가 목적지인 저는 택시타고 바로 속초 해수욕장으로 고고~

저에게 바닷가는 수영하는 곳이 아니라 맨발로 모래사장 밟으러 가는 곳 ㅎㅎ

두시간 반동안 속초 해변을 아래위로 훑고 또 훑음

걷고 또 걷고.. 바다 어디에선가 시작해서 해변가까지 밀려온 모래알을 맨발로 밟는 건 엔돌핀 타임!

태풍주의보로 해변가에 줄을 치고 여행객들의 접근을 막았지만 으르렁거리며 달려오는 파도는 그 줄을 넘어 사람들의 발을 적시고..

점점 사나워지는 파도를 바라보니 태백산맥이 몰려오듯 길고 높은 물줄기가 솟아오르고, 소백산맥이 뒤따르고, 노령산맥, 차령산맥,.. 바다를 보며 뜬금없이 중학교 지리시간으로 의식은 흘러가고 ㅎㅎ

그러다가 서로 부딪히면 거대한 고래의 꼬리가 바다를 내려치듯 철썩 흰거품들이 사방에 퍼지고..

우르릉 쾅! 파도 부서지는 소리만 들어도 귀를 넘어 마음까지 시원해짐~

 

 

3. 속초중앙시장과 책방

점심 때가 되었으니 게를 먹어야지..

속초중앙시장으로 가서 지하에 내려가니 펄떡거리는 생선들과 와글와글 엉켜있는 대게들이 얼마나 싱싱한지 시키지도 않았는데 몸소 보여주느라 바쁨

게 러버인만큼 매운탕이며 회는 제끼고 게 한마리에 집중하기로 하고 골라서 쪄달라고 함

아침을 걸러 고픈 배를 콩깍지의 콩을 까먹으며 기다리는데 건너 테이블의 두 남자들 대화가 귀를 건드림

세상에 대화의 2/3이 18, 18,..ㅎㅎ

의미가 있는 말보다 18이 많아서 서로 대화가 되는게 신기할 정도

하지만 대게가 나오면서 내 안테나는 대게를 향하여... 먹기 편하게 관절이 다 잘리고 손질되어 접시에 펼쳐져 나온 대게

으흥 ~~ 산지에서 먹는 야들야들 촉촉한 게살 ~~ 어이쿠야 행복해라 ^^

게딱지에 밥까지 야물딱지게 비벼먹고 부른 배를 꺼뜨리기 위해 중앙로를 탐색

여기저기 구경하다 뜬금없이 맨하탄 월가의 상징, 황소(charging bull)을 도로 한가운데에서 발견!

아니 여긴 어디? 이거슨 무엇?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어떤 남자가 황소의 그것을 만지고 여자가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에 두번째로 이거슨 무엇?하는 연타를 맞음 @@

그래도 내 길을 가야겠기에 직진하다 문우당이라는 건물도 예쁘고 분위기 좋은 책방을 발견!

비오는 날에 빈대떡이라면 보슬비 살짝 흩뿌리는 날엔 책방이 아닐까

박완서의 방이라고 해서 작가의 모든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놓은 공간도 있고

전국에 500여권 밖에 없다는 단테의 신곡 대형판 앞엔 조심스레 보라고 흰장갑이 놓여있는 모습이 인상적 

 

 

4. 귀가

충분히 둘러보고 나오니 슬슬 터미널로 갈 시간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커피 한잔 못 마셨다는 것을 깨닫고 카푸치노 한잔 사서 터미널에 도착

아침에 급히 나오느라 전화기 충전도 못해서 터미널 안 무료 충전기에 전화기를 꽂아놓고 가져온 책을 보며 버스를 기다림

버스를 타고 출발하니 비가 살살 창문을 때리고...

줄줄이 나타나는 해수욕장의 파도는 더욱 거세져서 푸른 파도가 아닌 흙빛 파도가 모래사장을 파먹는듯 무서워짐

아침부터 빨빨거리고 다닌 탓에 어느새 잠들었다 깨어보니 남양주 통과 중

서울 근처 아니랄까봐 차가 밀려 아침보다 한시간이 더 걸려 터미널 도착

속초는 선선했는데 서울은 여전히 고온다습

어떤 날은 지루해서 길다고 느껴지는데 오늘은 매우 길면서도 알알이 꽉찬 느낌이랄까

태풍이 온다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틈새를 노렸던 당일치기 여행

충동적으로 번개처럼 다녀오는 것도 가끔씩 해볼만 한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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