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부엌에서 실천하는 지인지조

몸이 허하여 보신을 할 궁리를 한다 

고기가 땡긴다

한남동에 모 스테이크 레스토랑이 맛있다던데 

가기 덥다, 지하철타고 버스로 갈아타 또 걸어야 함

기사가 시간될 때 가기로 한다(?) 

 

창고형 마트에서 등심을 덩어리로 주문한다 

전문 용어인가? 리테일이라고 부르더라 

디팔먼트 스토어에서 늘 사는 나른한 포즈로 화식한우 토마호크인지 후크를 지르고 싶지만, 2차 전지 막바지 롤코를 타서 물렸으므로 2등급 덩어리 등심을 산다 

사실 투뿔 쓰리뿔 기름 덩어리는 건강에 안 좋다 

내년엔 쟈스민될 거니까 토마호크는 그때 라운지 간 김에 사기로 한다

 

고기가 오셨다 

랩에 감긴 우리님을 한 겹씩 조심스레 벗겨드린다

핏물이 흥건하시다... 그거슨 성스러운 까르네 

2등급이라더니 지방층도 꽤 있으시다

역시 고기란 마블링이지 

랩에서 해방된 덩어리를 도마 위에 척 

뚝배기에 조심스럽게 간 칼을 들어 손질을 하는데..

칼이 잘 안 든다, 불길하다

 

지인지조 (지팔자 지가 조진다)

 

얼마 전 82에서 본 표현

그럴싸한 시니피앙 덕에 

마치 송대부터 전해져 온 고사성어 느낌이 난다 

 

심줄? 근막? 결이 얽힌 지방을 손질하느라 

땀이 바가지로 흐른다

육화를 위한 성수인가 

말 안 듣는 칼에게 준엄한 명령을 내린다 

응답이 없다 

 

꽤 오랜 시간 손질을 겨우 마치고 

올리브유를 입혀드리고, 허브솔트를 뿌려 삼투압을 맞춰드린다.  와잇 페퍼 톡톡, 블랙 페퍼 톡톡 

중동산 페퍼를 뿌리니 마리네된 고깃 덩이가 유독 이국적으로 보인다. 

 

자 이제 먹을 수 있다 

굽기만 하면!

그러나 그 역시 나의 몫 

덥다 더워

예쁜 가니시를 위해 꺼내둔 가지와 당근이 짐덩어리로 보인다

 

김기사가 시간이 되었어야 했다 

사실 김기사부터 존재했어야 했다 

차라리 초전도체 테마주를 샀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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